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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 냄새 맡는 로봇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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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2일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호야로봇㈜ 관계자가 소방용 로봇의 작동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 로봇은 실내 화재 현장의 온도·일산화탄소·산소와 폭발성 가스 유무를 탐지해 소방관의 투입이 가능한지 알려 준다. [프리랜서 공정식]

 호야로봇. 대구의 호야로봇㈜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대구소방본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소방용 로봇이다. 이 로봇이 22일 첫 선을 보였다. 지름 20㎝에 무게 1.2㎏인 원통 모양의 호야로봇은 건물 화재 현장의 온도와 일산화탄소(CO)·산소량, 폭발성 가스 유무 등을 감지할 수 있다. 화재 현장의 모습도 휴대용 모니터로 전송한다. 화재 현장에 소방관을 투입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첨병 역할이다. 이 회사의 강정호(41) 기술이사는 “벌써 일본·미국 등지의 바이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야로봇은 올해 대구의 각 소방서에 지급돼 시범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대구시와 소방방재청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됐다. 올해 여섯 번째며 25일까지 계속된다.

◆첨단 소방장비의 경연장=박람회에는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일본 등 19개국 211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들이 차린 678개 부스에는 각종 소방장비와 재난방지시스템이 전시되고 있다. 26개국의 바이어 300여 명도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런 만큼 첨단 제품이 많다.

㈜산청은 유독가스와 열기로부터 착용자의 얼굴과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신형공기호흡기를 내놓았다. 공기호흡기의 압력이 떨어질 경우 발광다이오드(LED) 등이 깜박거려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올 시기를 알 수 있다. 소방장비에 LED 기술을 접목한 장비다. ㈜지오씨엔아이는 ‘산불진화대 모바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선보이고 있다. 산불 진화대원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를 지급한 뒤 이들의 배치 상황을 파악해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위성 영상을 이용해 산불의 확산 범위와 진행 방향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현장 인력의 효율적 통제가 가능하다. 이 회사의 신동호(32) 차장은 “미국·일본 등지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기·물·소화약제를 압축해 기존 장비보다 소화 능력을 17배 향상시킨 압축공기폼 혼합소화장비, 화상 환자의 피부를 식히고 2차 감염을 막아 주는 워터젤, 차량 접근이 어려운 늪·산악 등지서 구조할 수 있는 다목적 수륙양용차 등 다양한 장비가 출품됐다. 해외 업체들은 인명 구조장비, 항공기 안전장비, 화재 현장 탐사기 등을 내놓았다. 소방설비 전문업체인 ㈜마스테코의 민현신(47) 영업부장은 “국내 소방·안전 관련 제품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가 대구국제소방안전박람회”라고 말했다. 박람회에는 파라과이의 내무부 차관과 경찰청장, 중국 칭다오와 양저우의 안전담당 고위 간부가 방문해 방재시스템의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람회는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대구를 안전도시로 만들겠다며 시작됐다. 참사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전시회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박람회 사무국의 박상민(48) 전시1팀장은 “경쟁력 있는 업체의 참가를 늘려 세계적인 소방안전 전문 전시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람회 사무국은 관련 업계와 학계·시민 등 6만여 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시민 안전체험 행사도 마련돼 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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