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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지, 1년 만에 85cm 훌쩍 “어디까지 넘을지 나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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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종종거리던 그가 사뿐사뿐 걷더니 이젠 성큼성큼 뛴다.

장대높이뛰기 입문 1년여 만에 한국신기록을 세웠던 ‘명랑소녀’ 임은지(20·부산 연제구청)가 한 달 만에 또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임은지는 22일 안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여자부 장대높이뛰기에서 4m35cm를 훌쩍 뛰어넘어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4m24cm)을 11cm 끌어올렸다. 이로써 임은지는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권도 함께 따냈다. 임은지는 이날 4m25㎝를 넘어 지난달 대만 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4m24㎝의 종전 한국기록을 1㎝ 경신했다. 이어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주어지는 기준기록(4m35㎝)에 곧바로 도전해 성공시켰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4월 23일 이 대회에서 3m50㎝을 넘었던 그는 1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85㎝나 끌어올렸다.

◆통증, 추위 딛고 신기록=임은지는 이날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 사흘 전부터 왼쪽 무릎 아래쪽에 통증을 느낀 그는 이날 아픈 부위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다. 전날보다는 풀렸지만 영상 15도의 날씨는 기록 수립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3m80㎝로 가볍게 컨디션을 조절한 그는 4m까지 1차시기에 성공했다. 그러고는 25㎝를 올려 한국신기록(4m25㎝)에 도전했다. 2차 시기에 기록을 세운 그는 10㎝를 높여 4m35㎝를 시도해 역시 2차 시기에 성공했다. 그는 4m40㎝도 욕심을 냈지만 무릎 통증을 감안해 1차 시기 실패 직후 접었다. 임은지는 “훈련 때도 4m30㎝가 최고기록이었다. 오늘은 도움닫이 때 뒷바람이 불어주는 운도 따랐고 장대를 짚을 때의 느낌도 좋았다”고 말했다.

◆아시아를 넘어=지난해 10월 한국그랑프리육상대회에서 임은지는 최윤희(원광대)를 처음으로 꺾고 국내 1인자로 올라섰다. 당시 그는 “내 최종 목표는 4m50㎝”라고 말했다. 올 초 대만 전지훈련을 앞두고 4m80㎝로 목표를 수정했던 그는 4개월 만에 4m35㎝를 넘자 “나도 내가 어디까지 넘을지 예상 못하겠다”며 놀랐다. 지난해까지도 장대를 짚는 데, 또 바를 넘는 데 급급했던 그였지만 대만 전훈을 거치면서 장대를 짚기 전과 짚을 때, 또 바를 넘는 동작까지 한층 정교해졌다. 또 도움닫기 과정에서도 무작정 뛰던 지난해와 달리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임성우 부산연제구청 감독은 “올해 목표였던 4m35㎝를 넘었으니 목표를 아시아기록(4m64㎝·중국 가오슈잉)으로 바꿔잡아야겠다”고 말했다.

◆장대 바꿔 세계로=임은지가 이날 기록 수립에 사용한 장대는 길이 4m45㎝, 무게 140파운드짜리다. 그는 길이 4m60㎝, 무게 150파운드짜리 장대를 구해 세계선수권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장대가 길고 무거워야 탄성이 좋아 같은 동작을 해도 더 높이 뛸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임성우 감독은 “한국기록을 1㎝ 경신해도 포상금(500만원)이 나오지만 그렇게 해서는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없다”며 “6월까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7월부터 세계선수권 준비를 위한 해외 전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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