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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중국의 차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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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차문화
왕총런 지음, 김하림·이상호 옮김
에디터, 363쪽, 1만8000원

조선조 후기의 대학자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는 차를 즐겼다. 입맛이 까다로운 추사에게 차를 대준 이가 초의선사다. 초의선사는 ‘동다송(東茶頌)’에서 우리 차를 “이곳 차의 향기는 다른 곳보다 맑고 신이(神異)하여 능히 젊어지게 하고 고목이 되살아나듯 사람으로 하여금 장수하게 하리라”고 노래한 이름난 다인(茶人)이었다. 추사는 좋은 차를 보내준 초의선사에게 ‘명선(茗禪)’이란 글씨 한 폭으로 답례하며 “초의가 스스로 만든 차를 보내왔는데 몽정차나 노아차 못지않았다”고 칭찬했다.

추사가 초의선사의 차와 비교한 몽정차와 노아차는 중국에서 손꼽는 명차(名茶)다. 중국의 대시인 백거이는 몽정차를 일러 “양자강 중류, 몽산정 위의 차”라 칭송했고, 육우는 『다경』에서 천하의 명차는 “몽정이 제일이고, 고저가 둘째”라 했다. 한국과 중국 선비들이 이렇듯 차맛을 놓고 앞다퉈 글을 남겼으니 차가 단순한 마실거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여행문화전문가인 왕충런(55·상하이 사범대 중문과)교수가 쓴 『중국의 차문화』는 차의 역사에서부터 다구(茶具)예술과 차의 인생론까지 중국 생활문화의 고갱이라 할 차 입문서다. ‘차를 마시지 않고 중국인이 될 수 있을까?’란 말이 상징하듯 중국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차를 입에 달고 사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왕 교수는 “차는 이미 자신의 고유한 물질적 속성을 초월해 하나의 정신적 영역으로 진입한 일종의 수양, 일종의 인격적 역량, 일종의 경지가 되었다”고 짚었다.

차의 고향이 어디일까를 놓고 여러 설이 있었지만 왕 교수는 상세한 기록을 들어 “우리는 자신있게 윈난(雲南)성 서남 지역이 차의 요람이고, 중국이 차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차를 마시는 풍습은 3000여년 전 촉(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수(隨)에서 당(唐)에 이르는 시기에 더욱 널리 퍼졌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용정차’나 ‘벽라춘’같은 명차가 만들어진 뒷얘기, 손이 많이 가는 여러 과정을 거치는‘전다(煎茶)’등 차를 제조하는 방법, 차 마시는 태도를 하나의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다양한 차 도구에 대한 소개 등 차 얘기는 끝이 없다.

스타벅스 커피와 코카콜라의 위세에 눌려 차 문화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이 때에 왕 교수는 단언한다. “중국인이 존재하는 한 다관(茶罐)과 차를 마시는 취미는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고, 그 전통적 생명력을 끊임없이 갱신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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