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중국 경제위기 예방 국영기업 효율화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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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들 저렇게 넘어가는데 과연 중국은 괜찮을까?" 현재 세계 각국의 관심사중 하나는 한국.말레이시아.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가 중국까지 뒤흔들지의 여부다.

이에대해 현재까지는 일단 낙관론이 우세하다.

경제시스템이 다른 국가들과 판이한 탓이다.

우선 통화 자체가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외부의 파장이 파고들 여지가 적다.

아울러 지금까지 대부분의 외자는 공장이나 생산설비에 투입됐다.

즉 중장기 부채가 대부분이며 악성의 단기외채는 별로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만으로는 중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모두 일축할 수 없다.

바로 중국경제의 주축인 '국영기업' 들 때문이다.

현재 국내총생산 (GDP) 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약 30만개의 국영기업들은 그동안 계속된 개혁에도 불구하고 언제라도 금융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현재 국영기업의 대부분은 적자를 기록하면서 정부보조에 의해 간신히 운영되는 상태다.

이러한 정부보조금 때문에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보니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동안 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줄이고 대신 중국의 은행들로 하여금 부족분을 융자해 메우도록 하는 정책을 써왔다.

하지만 기업 자체의 체질개선이 안된 상태에서 그같은 정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나 마찬가지였으며 어느새 국영기업들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총액이 수백억달러로 불어났다.

대출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제대로 된 회계방식을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국영기업들은 부도상태나 다름없다.

다시 말해 국영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민들은 아직 정부와 금융기관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만의 하나 중국 국민들이 이러한 문제점에 눈을 돌려 장롱 속에 돈을 보관하기 시작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다른 동아시아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이같은 위험을 사전에 막고 세계경제의 성숙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중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우선 은행융자로 국영기업을 지원하는 편법을 그만 둬야 한다.

국영기업에 대한 대출 여부를 은행의 손에 맡겨야 한다.

꼭 필요하거나 부실화되지 않은 기업은 정부가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임시지원을 하되, 그렇지 않은 기업은 문을 닫게 해야 하다.

아울러 현재 추진중인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수입을 늘리거나 독과점업종에 외국기업의 진출을 허용시켜 국영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계획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실업수당이나 근로자 재교육과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정리 =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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