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 일본이 열쇠다"…루빈 미국재무장관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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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IMF와 13개 선진국들이 한국에 1백억달러를 조기 지원키로 한 것은 올바른 정책이며 금융불안을 안정시키는 것은 미국 국익에 속한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25일 미 경제뉴스전문 케이블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세계 금융시장이 일본을 든든하게 생각하면 아시아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날 것" 이라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과감한 내수 진작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금융개혁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 며 "일본이 보다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는 것만이 일본 스스로와 세계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루빈 장관의 발언은 일본정부가 최근 발표한 2조엔 규모의 조세감면 정책이 올바른 정책방향이었으나 미국측에서 볼 때 그 규모가 적지않게 실망스럽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루빈 장관은 이어 "아시아 경제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현재로선 알기 대단히 어렵다" 고 전제, "그러나 일본이 가장 중요한 열쇠" 라고 거듭 강조했다.

루빈은 일본이 미 국채를 매각해 금융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과 관련,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런 저런 나라들이 미 국채를 판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단 한번도 걱정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미 채권시장은 대단히 크기 때문" 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또 "미국이 착실한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한 아무리 큰 자본유동 요인이 어떠한 나라로부터 발생한다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한 지원조치로 인해, 각국 정부가 사태가 잘못됐을 때 자구노력을 포기한채 국제지원에 의존토록 유혹하는 '도덕적 위험' 이 초래됐다는 지적을 받자 그는 "지원받은 나라도 원상회복때까지 경제적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 위험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에 대해 "올해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정부가 당면 현안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 평가했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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