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인터넷, 반갑다 친구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야코프 제레츠키, 안셸 시에라즈키, 메나쳄 슐로위츠(왼쪽부터)가 최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65년 만에 상봉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됐던 이들이 팔목에 새겨진 수감번호를 보이고 있다. [예루살렘 AP=연합뉴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20일)을 앞두고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됐던 유대인 세 명이 65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메나쳄 슐로위츠(80)와 안셸 시에라즈키(81)가 수용소 생활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최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같은 시기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와 수감번호 ‘B-14594’와 ‘B-14595’를 나란히 받았다. 나치 ‘죽음의 캠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결혼해 살면서 팔순 노인이 됐지만 직접 교류는 없었다. 이들의 인연을 다시 연결해준 이는 슐로위츠의 딸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접한 시에라즈키의 글이 아버지의 경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이후 슐로위츠는 시에라즈키의 홈페이지를 찾았고, 수감번호를 확인한 순간 그가 수용소에서 절친했던 동료였던 것을 확인했다.

슐로위츠는 “그의 홈페이지를 본 순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그가 바로 내 뒤에 줄을 섰던 사람인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벅찬 감정을 토로했다. 슐로위츠는 곧바로 시에라즈키에게 연락해 만났다.

시에라즈키는 “우리는 의형제와 다름없었다. 같은 수용소에서 같은 고통을 참고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만남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같은 날 수감됐던 또 다른 수용소 동기도 나타났다. 이들은 “죽음의 캠프에서 살아남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약 25만 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살고 있다.

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