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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룩'으로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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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이 이렇게 유치하게 입느냐는 협박 전화까지 받았죠”

“가끔 저보고 농담조로 건달이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는 건달치고는 친절하네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쇼핑몰 네이밍이 잘 전달된게 아니겠어요.”

의류쇼핑몰 ‘건달샵’ 김성준(34)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물론 건달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그가 왜 ‘건달이 입을 것 같은 옷’을 팔게 됐을까.

쇼핑몰 메인화면엔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쌔끈한 옷 준비해뒀습니다” “누가 감히 형님들 패션을 논하는가”라는 애교 섞인 문구가 등장한다. 의류 사진에 등장하는 피팅모델의 표정엔 험상궂음을 넘어 살벌함까지 느껴진다. 지난 17일 서울 신당동 한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건달 느낌’ 대신 ‘농촌 총각’같은 구수함이 베어나왔다.

-‘건달’ 옷을 팔게 된 계기는.
“중국에서 10여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의약품 사업을 했다. 그러다 2008년 1월 개인적인 사정으로 국내에 들어와 새 사업을 고민하게 됐다. 온라인마켓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알게 돼 쇼핑몰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남들 다 하는 아이템을 하면 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틈새시장인 중년 아저씨를 타깃으로 잡고, 그 중에서도 일반 매장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화려하고 개성이 강한 옷을 찾다 보니 '건달'을 콘셉트로 잡았다.”

-왜 하필 30~50대 아저씨인가.
“자영업을 하는 한국 남성 중 쇼핑을 즐기는 중년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중년이 자신의 옷차림에 대한 투자를 아까지 않는 분위기가 됐고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됐다. 특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양복 대신 여러 벌의 옷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배가 좀 나와도 입기 편한, 개성이 있는 옷을 팔기도 한 것이다.”

-모델이 대부분 건달 느낌이 난다.
“쇼핑몰의 분위기에 맞는 모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쇼핑몰의 모델은 너무 잘생기면 안된다. 약간 험상궂고 덩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년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모집을 통해 네다섯 분이 아르바이트로 모델 활동을 하신다. 가끔 ‘모델이 건달이냐’고 물어오거나 ‘건달이 그렇게 유치한 옷을 입느냐’ ‘넌 어느퍄냐 한판 붙자’라는 협박전화가 오기도 한다.”

-판매전략은.
“대부분 쇼핑몰은 물건을 팔기 바쁘지만 우리는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에게 웃음을 먼저 주려고 한다. 캐릭터 한 명을 정해 오늘은 선 보는 날, 오늘은 집들이 가는 날 식의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달 봉달이는 오늘 선보러 가는데 어떤 옷을 입으면 어울릴까’ 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맞는 스타일을 코디해 올려 놓는 것이다.”

-온라인 결제를 잘 못하는 중년도 있을텐데.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전화 주문도 받는다. 얼마 전에 한 고객께선 30만원 입금했으니까 화려한 스타일로 몇 벌 골라서 보내달라고 했다. 상하의 4벌 정도 보내드렸더니 만족해 하셨다. 반품 비용이 아까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입는 분이 있는데 앞으로 100% 무료 반품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년도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건달샵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 각국으로 옷을 수출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각 나라별 언어로 쇼핑몰을 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쇼핑몰 연매출에 대해 비공개를 요청했다. 1년이 갓 넘은 지금은 자리를 잡는 단계니 조금 더 발전했을 때 공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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