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짚은 97]무용계…해설있는 공연·춤 대중화 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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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불황은 예술의 문턱을 낮춘다.

한정된 상류층 위주의 분야라도 침체기를 맞으면 생존을 위해 대중화를 부르짖기 마련이다.

무용계도 마찬가지. 미술이나 음악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이 작은데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몇년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무용계는 올 한해 '춤의 대중화' 를 꾸준히 시도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발레. 주역무용수의 외부영입과 국제콩쿠르 입상등으로 한층 높아진 수준이 발레 대중화 붐과 맞물려 관객동원에 상승효과로 작용했다.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기획은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금요발레' 이다.

'알아야 재미있다, 그리고 재미있어야 보러온다' 는 평범한 진리를 무대에 반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공연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매월 한차례씩 국립극장 소극장과 놀이마당에서 열렸다.

소극장 객석 4백54석의 2배가 넘는 평균 1천여명의 관객, 특히 야외공연에는 2천여명이 한번에 몰릴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낭만주의 발레' 를 시작으로 '캐릭터 댄스' '모던발레' 등의 주제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재미있게 풀어내 발레에 대한 친숙함을 더했다.

여기에다 '발레는 비싸다' 는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하게 무료공연을 한 것이 적중했다.

관람료 때문에 망설였던 가족관객들을 끌어들여 전체의 70%를 자녀동반 가족으로 채웠다.

이 관객은 다른 공연에도 이어져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96년 72%에서 97년 86%로 상승했다.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 김용걸씨와 배주윤씨가 지난 6월 세계3대 콩쿠르로 꼽히는 모스크바발레콩쿠르에서 3위와 특별상을 수상하는등 기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관객몰이에 도움을 주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춤과 의상의 만남' 이나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동양3국의 북춤' 등으로 춤의 영역을 확대시키면서 대중화 노력을 지속했다.

공연은 아니지만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진 본격 무용해설 TV 프로그램도 대중화에 기여했다.

문화예술 전문 케이블 TV인 A&C코오롱이 지난 10월부터 선보인 '댄스 시어터' 가 그것.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남정호 교수와 무용평론가 문애령씨의 해설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무용 등을 쉽게 이해시켜 무용의 저변확대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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