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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이달 100만 명 넘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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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윤증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면서 “4월이 지나면 실업자가 100만 명을 분명히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광공업생산이나 서비스업 지수 등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며 “긍정과 부정, 낙관과 비관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

그는 이어 “며칠 뒤 나올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도 세계 경기를 더욱 부정적으로 볼 것 같다”며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국지적인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일본 등이 동반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기업과 금융 부문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침체가 시작된 이후 6개월간 내부 유보금으로 버텨 온 기업과 일부 금융기관에서 부실이 서서히 현재화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 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급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추경 예산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일자리가 1년에 30만 개 이상은 창출돼야 그런대로 견뎌낼 수 있다”며 “29조원의 추경안이 빨리 집행돼 연말까지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우리 앞날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윤 장관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바꾸려면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며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의 경우 여러 장애물이 많아 잘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3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과 관련, 그는 “북한의 로켓 발사 후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강행했다”며 “이번 성공으로 한국에 회의적이던 상당수 외신들이 한국 경제를 밝게 보는 뉴스를 전파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금융산업 육성 의지도 밝혔다. 그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당시 자동차·전자·철강·조선 산업이 이렇게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생각했느냐”고 반문하면서 “금융도 노력하면 세계 금융허브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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