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슈로 짚은 97]연극계…'국제화'에 웃고 울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올해 한국 연극의 화두는 '국제화' 였다.

바로 이때문에 연극계는 웃고 울었다.

지난 9월1일~10월15일 서울.과천 일대에서 열린 '세계연극제 97 서울/경기' 와 극단 에이콤의 뮤지컬 '명성황후' 의 8월 뉴욕 공연. 지난해와 달리 별다른 빅히트작이 없었던 올해, 이 두가지 행사가 한햇동안 연극계 논의의 중심이 됐다. 두 행사로 인해 웃고 울은 이유는? 결론적으로 말해 그 '숭고한 뜻' 때문에 웃었지만, 냉정히 따져 그 뒤에 남긴 슬픈 성과물 때문에 울었다.

우선 세계연극제. 국제극예술협회 (ITI) 세계본부회장 (연출가 김정옥) 을 배출한 한국은 그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게 제27차 ITI 서울 총회에 맞춰 그럴싸한 국제연극제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년여 준비끝에 세계 27개국 1백10여편이 참가한 세계연극제를 개최했다.

메인공연과 부속공연이 확연히 구별되는 에든버러나 아비뇽연극제와 달리 참가작 거의 모두가 메인 프로그램 역할을 했다.

'평등' 을 내세워 모두 주 (主) 공연작으로 둔갑시켰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시도는 좋았으나 준비성 부족으로 시장의 좌판같이 특색없는 행사로 끝난 것이다.

집행위원회 최종 집계 결과 관객동원 31만명. 이중 과천마당극 큰잔치에 20만명이 몰렸다.

연인원으로 치면 대단한 숫자로 보이지만 전체 공연횟수 대비 객석점유율은 50% 안팎으로 '기대 이하' 였다.

때문에 33억원의 돈을 들여 2억4천여만원의 적자로 끝났다.

그러나 비싼 수업료를 들여 배운 점도 많았다.

루마니아의 '페드라' , 미 라마마극장의 '트로이의 여인들' , 그리스의 '안티고네' ,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의 '워터주이' '메이B' 공연등 수준작들을 통해 세계 연극.무용의 수준과 우리의 처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연극의 국제화 시도는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에서도 있었다.

링컨센터내 뉴욕스테이트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 (8월15~24일) 는 한국인의 도전정신이 빚어낸 쾌거였다.

뉴욕타임스의 호평등 가시적인 성과에 힘입어 이 작품은 서울 앙코르 공연 (11월28일~12월12일)에서도 'IMF한파' 를 비꼈다.

관객동원 4만명, 수익금은 4억여원 (협찬금 포함) 의 흥행성공작이었다.

그러나 8억원 정도의 뉴욕 공연 적자을 만회하긴 아직 역부족이어서 재정 자립도가 튼튼한 해외 공연작을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명성황후' 가 방증 (傍證) 했다.

문화를 상품개념으로 파악했다면 사전 철저한 준비가 선행됐어야 했다.

이밖에 연초 연극계는 외설물 제작업자가 구속되는 등 '저질연극'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뮤지컬에 대한 제작자들의 선호도 눈에 띄었지만, 삼성영상사업단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나 환퍼포먼스의 '난타' 등 몇몇 작품외에는 범작 (凡作)에도 못미치는 수준이하가 많아 아쉬운 한해였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