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이것만은 고치자]6.어린이 유명 브랜드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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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친구들중에 메이커 옷만 입는 애들도 있어요. " "아무래도 유명상표 옷이 디자인이 세련되고 색깔도 예쁜 건 사실이죠. " 서울광진구 K초등학교 6학년인 S양 (12) 의 말이다.

S양의 친구가 입고 다닌다는 미국산 폴로보이즈의 스웨터는 8만2천원. 닉스 청바지는 10만5천원이다.

어른들의 외제.유명상표선호병은 이미 초등학생들에까지도 번졌다.

서울 한 백화점의 완구코너. 최고 인기 상품은 덴마크 레고사의 조립식장난감 'UFO 시리즈' 다.

가격은 최고 9만원대. 하지만 TV광고가 초등학생들 사이에 화제가 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대에 10만원이 넘는 일제 게임기 '미니컴보이' 와 9만9천원인 오락용 CD도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백화점 직원의 말이다.

'외제를 좋아하고 브랜드에 민감한 90년대의 꼬마들' 은 이제 대도시 일부 부유층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는 최근 전국 50개 초등학교 4학년생 2천4백34명을 대상으로 '소비행태와 용돈관리실태' 를 조사했다.

10세 내외인 응답자의 10명중 4명은 '친구의 외제 학용품.유명브랜드 옷을 보면 나도 갖고 싶다' 고 대답했다.

이는 서울 (41.2%) 이나 군.읍.면 (41.4%) 등 사는 곳과는 관계없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 대부분 (67.5%) 의 학생은 '요즘 친구들이 외제나 사치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고 느끼고 있으며 '그렇지 않다' 고 생각하는 학생은 16.2%에 불과했다.

이 또한 남.녀학생간이나 거주지역간에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의 홍용희 (洪勇姬) 교수는 "아동은 성인의 소비행태를 모방할 뿐" 이라며 "앞으로라도 어른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린이들은 곧 올바른 선택기준을 습득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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