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따른 불안감으로 퇴직금 중도정산 근로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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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가경제 위기에 따른 불안감으로 퇴직금을 중도정산하려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 문닫으면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 이라는 불안과 감원등에 대비, 자영업등 다른 곳에 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지난해 2천1백56명에 이어 올 11월말 현재까지 2천9백34명이 퇴직금을 중도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현대자동차측은 '어려운 회사 사정' 을 이유로 "이달부터 회사가 나아질 때까지 중도정산을 보류한다" 고 밝히고 근로자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퇴직금 중도정산제는 올 3월 법제화됐으나 현대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노사합의에 의한 단체협약 체결로 몇년전부터 시행해 왔으며 올해는 정산요건을 완화하기도 했었다.

특히 올해초 변속기사업부를 현대우주항공㈜에 넘기면서 고용불안으로 마찰을 빚은 현대정공㈜울산공장은 지금까지 전체 근로자 3천7백50명의 58%가 넘는 2천2백여명이 퇴직금을 받아 갔다.

이 회사의 경우 지난해는 3백여명이 퇴직금을 중도정산했으나 올해는 12월 1백70여명을 포함, 7백여명이 정산하는등 중도정산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로자들이 대부분 집 마련과 가족결혼.병원비 마련을 중도정산 이유로 내세우지만 올 7월 '다른 채무에 비해 퇴직금을 우선 변제하는 게 헌법에 맞지 않다' 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데 이어 '내년에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되면 퇴직금이 오히려 줄어들 것' 이라는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의 4백76명에 이어 올들어 11월말까지 6백46명이 퇴직금을 중도정산한 가운데 많은 돈이 드는 연말.연시에는 신청자가 크게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울산 =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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