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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너진 경제 되살리자…온실가스·IMF·추운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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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토 (京都)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의무적으로 삭감해야 할 국가군 (國家群)에서 빠진 것은 정말 잘 된 일이다.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세계 1위인 한국이 가령 2010년까지 1990년 수준의 5.2%를 줄이는 의무를 질 경우 거기에서 파생되는 산업의 위축과 생활의 불편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다행으로 생각한 나머지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게을리했다가는 미구에 국가적 재앙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 총회에서 미국과 유럽연합 (EU) 등 선진국은 한국과 멕시코 같은 선발 개발도상국가를 비롯한 전체 개도국의 동참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런 선진국의 노력이 좌절된 것은 중국을 필두로 한 77그룹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이 문제의 결정을 위해 폐막일을 하루 넘길 정도로 개도국들의 반발이 너무 거센 나머지 개도국의 자발적 참여 조항을 규정한 협약 제10조는 아예 폐지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내년 11월로 예정된 제4차 기후변화협약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4차 당사국 총회에서 의무감축국인 부속서 국가리스트가 다시 개정될 계획이다.

이때는 한국과 멕시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과 중국.인도 등이 선진국들로부터 부속서 국가로 편입하라는 압력을 계속 받을 것으로 전망돼 OECD가입국인 우리로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어려움에 처해있는 경제사정을 내세워 선진국들의 압력에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국은 어느 모로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토회의 결과에 안주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에 놓인 한국은 필사의 노력을 다해 국제수지 적자를 줄여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거기다 작금의 외환사정은 국가부도 막기에도 빠듯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총액은 2백42억달러 (96년)에 이른다.

전체 수입의 16%에 이르러 국제수지 적자를 보는 제1차적 원인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석유를 덜 때도 좀 천천히 덜 때자는 식의 소극적인 발상은 정말 안이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핏발서린 눈으로 찾아야 한다.

우선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제조업체의 생 (省)에너지 대책, 전체 산업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대책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

당장 올 겨울 난방온도를 지난해보다 크게 낮춰야 한다.

일본은 지금 난방온도 20도 운동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경제가 어려울 때 18도까지 낮췄다.

우리도 실내온도를 18도 정도로 낮추고, 대중교통 이용.승용차 부제운행 등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나서야 한다.

불편과 고통을 이겨낼 각오가 없다면 3류국으로 전락한 나라의 체면을 다시 살릴 각오도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전력을 다해 반 (反) 오염 또는 에너지 사용 절감기술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국내 환경기술은 전반적으로 크게 낙후돼 있다.

배출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사후기술에 치중된 환경기술을 사전처리 기술.청정기술.저 (低) 오염상품 개발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탄산가스 배출을 줄이는 지구환경기술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교토회의에서 의무삭감군 국가에 들어갔다고 치고 보다 고통스런 미래의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 당장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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