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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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요 정신적 토대”라고 말했다.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다. 기념사에서 그는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국호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공화제의 틀을 만들어 광복 후 건국의 토대를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13일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열린 제9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 부터 김윤옥 여사, 이 대통령, 김양 국가보훈처장, 김영일 광복회장. [오종택 기자]


이 대통령이 이처럼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의 역사 속 의미를 강조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광복절을 ‘건국 60주년’으로 규정해 성대하게 치르면서 생겨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시 학계와 시민·사회계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은 무시하고 건국(1948년)만 강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언급하며 “애국 선열들이 광복의 희망으로 고통을 견뎌냈듯이 우리도 이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정부의 기본정신인 대동단결처럼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제의 호적등록을 거부하다 국적 없이 숨을 거둔 단재 신채호 선생 등 독립유공자 62명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롭게 만들어 그 후손들에게 전달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해외 안장 애국열사 유해 봉환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봉환식을 마친 뒤 공립협회(재미동포 권익단체) 초대 부회장을 지낸 송석준 선생 등 애국 선열의 유해 6위가 국립묘지에 묻혔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존경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공헌을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해 위패 봉안 시설을 새롭게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시설에는 일제하에서 광복을 위해 헌신한 유공자 2만여 명의 위패가 봉안된다.

◆강감찬함, 상하이에 입항=이날 주중 한국대사관은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해 한국형 구축함인 강감찬함이 17일 상하이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발표에 따르면 강감찬함은 현지에서 교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하는 선상 리셉션을 열 계획이다.

한편 상하이에서는 임정 수립 9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진다. 섬유산업연합회는 22~24일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섬유패션대전’을 열 예정이다. 또 이달 말께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의 연주회도 상하이에서 열린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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