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영어 방송인 TBS eFM의 ‘Drive time’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인 애나벨(左)과 호주인 샘 해밍턴.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청취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 문화 알리미=9일 오후 eFM의 인기 프로그램 ‘Drive time(매일 오후 4~6시)’의 제작 현장에선 100% 영어 방송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각종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호주 출신 샘 해밍턴(32)과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영국 출신 애나벨(28)이 진행하는 방송이다.
이날 프로에선 한 폭력 사건이 화제에 올랐다. 치킨을 주문했다가 배달이 늦었다고 시비가 붙은 사건이다. 샘과 애나벨은 “한국은 심야에도 배달 서비스가 되는 나라”라며 한국의 독특한 배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방송은 매주 수요일 한국어 사투리를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최근엔 애나벨이 어눌한 발음으로 “뭐라꼬 시부리샀노(뭐라고 말하는 거냐)”란 경상도 사투리를 소개해 청취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기도 했다.
샘은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선 자신들의 언어인 영어로 자연스럽게 익히는 편이 가장 좋다”며 “7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영어 방송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eFM이 그런 갈증을 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브 타임’은 정해진 대본 없이 대부분 샘과 애나벨의 즉흥 대사로 채워지는 방송이다. 애나벨은 “한국에서 방송 출연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대해 수다를 떨다보면 훌쩍 두 시간이 흐른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접속 두배로 급증=현재 eFM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tbsefm.seoul.kr)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방송된다. 애나벨은 “오빠도 영국에서 이 방송을 모니터링한다”고 자랑했다. 김남일 편성부장은 “외국에서 eFM을 듣고 한국 여행에 나섰다가 무작정 방송국으로 찾아와 인턴으로 일하는 외국인도 있다”고 전했다.
개국 초기엔 시행 착오도 적잖았다. 외국인 스태프들과 손발이 맞지 않아 광고 시간을 빼먹는 등 사고도 쳤다. 그래서 eFM 스튜디오엔 ‘광고 체크를 소홀히 할 경우 엄정 조치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최근엔 안정세를 굳혔다는 게 자체 평가다. eFM은 개국 4개월만에 웹페이지 평균 접속 건수가 12.5%, 웹페이지 트래픽은 두배로 증가했다.
김남일 부장은 “스태프까지 외국인으로 채우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만드는 고품격 프로그램으로 청취자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강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