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피 창업의 성공 조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최근엔 커피전문점 외에도 커피와 궁합이 맞는 메뉴를 접목한 다양한 점포가 생겨나고 있다. 커피가 원가 대비 수익이 짭짤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스트푸드점이나 베이커리에서도 앞다퉈 커피를 판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커피를 상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해 커피와 기존 메뉴를 짝짓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토스트·와플·아이스크림을 함께

인천 원당동에서 커피&토스트 전문점 ‘토스토아’(www.tostore.co.kr)를 운영하는 홍성범(48)씨. 그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커피와 토스트를 결합한 업종을 골라 59㎡짜리 매장을 차렸다. 그는 “토스트와 커피를 함께 팔기 때문에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점심 수요는 물론 출출한 오후에 간식으로 찾는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조리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초보 창업자에게 적합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올 2월 점포 문을 열자 인근 영어마을의 외국인 교사들을 비롯해 직장인·학생들이 골고루 찾아왔다. 토스트 가격이 1000~2500원에 불과하지만 과일과 야채를 이용한 천연 소스를 써 저가형 토스트와 차별화했다. 커피도 가격 거품을 빼 아메리카노 1800원, 카페라떼 2200원으로 저렴하다. 홍씨는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커피만 마시려고 매장을 찾는 손님이 20~30%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와플을 커피와 찍짓는 트렌드도 부상하고 있다. 커피&와플 전문점 ‘카페베네’(www.caffebene.co.kr)는 한 종류의 원두만을 쓰는 싱글 오리진 커피와 정통 벨기에식 와플을 짝지었다. 여러 원두를 섞는 블렌딩 커피와 달리 원산지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커피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와플이 잘 어울린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요즘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빠지지 않고 팔 정도로 인기가 높은 번과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커피와 함께 선보이고 있다.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아이스크림이 잘 팔리지 않는 겨울철에는 커피가 매출을 지탱해 주는 효과도 나고 있다.

생두 볶는 ‘로스터리 카페’도 붐

조은하(35·여)씨는 지난해 5월 서울 내수동에 카페 ‘커피투어’를 열었다. 갤러리 건물에 딸린 33㎡가량의 반지하 공간에 들어선 이 점포는 커피 생두를 매장에서 직접 볶는 로스터리 카페다.

회사를 다니다 개인사업을 하려고 퇴직한 남편 한장섭(39)씨와 함께 운영한다. 조씨 내외는 시장조사를 하고 커피 기술을 배우는 데 1년을 투자했다. 남편 한씨는 생두를 볶는 로스팅을, 부인 조씨는 커피를 추출하는 교육을 받았다. 요즘은 커피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대학 부설 과정이 많고, 개인 숍을 운영하는 이들이 비법을 전수해 주기도 한다.

조씨네 가게는 원두를 갈아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시는 ‘핸드 드립’ 커피를 선보인다.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정성이 담겼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아프리카·인도네시아·멕시코 등 각국 커피의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커피투어는 성곡미술관 근처 뒷골목에 있는데도 단골 손님이 많다. 로스팅 기계 등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긴 하지만 꼭 점포를 대로변에 내지 않아도 돼 임차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점포가 좁기 때문에 조씨는 테이크아웃 고객에겐 1000원씩을 할인해 준다. 그는 “로스팅 기술로 경험을 쌓으면 ‘커피 명인’으로 유명해지는 등 나이가 들어도 자신만의 일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로스터리 카페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쉽게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로스터리 카페는 전국에 5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별·콩 다방’보다 값싸게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약 2조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5000억원, 인스턴트커피 시장이 1조6000억원가량이다. 커피전문점 시장은 스타벅스·커피빈·파스쿠찌 같은 외국 브랜드가 58% 정도(매출액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할리스·엔제리너스·탐앤탐스 등 토종 몫이다. 커피전문점 시장에는 점차 다양한 업체가 진입하고 있다. 기존 전문점보다 가격을 낮추는 게 특징이다. 던킨도너츠는 2월 오리지널 커피를 1900원으로 내렸다. 맥도날드도 2000원짜리 커피를 파는 맥카페 매장을 열고 있다. 미스터도넛은 4월 한 달간 오리지널 커피를 1000원 할인한 1500원에 판다.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트’, 치킨전문점 ‘BBQ’도 매장을 카페처럼 꾸미고 고급 원두커피를 메뉴에 추가했다.



연예기획사와 제휴한 ‘카페베네’ 김선권 사장

한류스타 모델 내세워 동남아 넘본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부동의 1, 2위다. 하지만 토종 브랜드의 매출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에 맞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나선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있다. 이 회사는 국내 프랜차이즈로는 처음으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편다. 목표는 동남아 공략이다.

지난해 커피전문점 시장에 뛰어든 ‘카페베네’의 김선권(41·사진) 사장. 그는 지난해 말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싸이더스HQ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싸이더스가 지분 참여 형식으로 투자하며 공동 경영에 나섰다. 김 사장은 가장 먼저 싸이더스 소속 배우 한예슬을 카페베네 모델로 기용했다. 싸이더스에는 한예슬 외에도 조인성·김혜수·차태현·전도연 같은 스타급 연예인이 다수 속해 있다. 김 사장은 “주 고객층이 20대 초·중반 여성인데 연예인 관련 소식에 관심이 많다”며 “매장에 설치된 TV를 통해 싸이더스 소속 연예인의 활동 영상을 틀고 있다”고 소개했다. 싸이더스가 각종 오디션 공모를 카페베네를 통해 하기로 했다. 김 사장과 싸이더스는 절반씩 투자해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인근 대로변에 991㎡(약 300평)가량의 대형 매장을 내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 1~2층에는 커피 매장이, 3층과 지하 1~2층에는 싸이더스 연기 아카데미가 들어선다.

양측이 제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시장보다 동남아 진출에 대한 기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중국·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각국에서 인기 있는 한류 스타를 내세워 현지에 국산 커피 프랜차이즈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국산 커피전문점 브랜드로 미국이나 유럽을 공략하기는 어렵겠지만 동남아는 그렇지 않다”며 “한류 열풍이 있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동남아 진출 시 현지의 대표적인 유통·식음료 업체와 제휴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할 생각이다.

한류 바람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적 메뉴도 개발한다. 김 사장은 “미숫가루에서 텁텁한 맛을 빼고 ‘라떼’ 등 다양한 형태로 음료를 만들었다”며 “특정 음료에 동남아 각국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예슬 라떼’ 등이 생겨나는 셈이다. 카페베네는 동남아에서도 현지어 자막과 함께 한국 연예인의 동향을 매장 TV로 소개할 작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