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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완전 정복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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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12면

야구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WBC 대회에서 한국 팀의 선전을 주먹 불끈 쥐고 바라보며 감격했던 덕분에 이번 시즌을 맞는 심정은 더욱 각별합니다. 많은 이가 같은 심정이었는지 개막전이 벌어진 4일은 물론 그 다음 날까지의 관중 수가 신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김성희 기자의 BOOK KEY

그런데 이 야구,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식구 중 야구팬이라도 있으면 TV 세 시간 독점은 보통입니다. 당연히 리모컨을 장악하느라 신경전도 벌어지고, 화창한 주말에 TV 앞에서 뒹구는 남편·아빠를 보며 입을 삐죽거리는 일이 잦아집니다. 시즌 초이니 아직 그럴 일은 없지만,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를 화제로 올렸다가 공연히 직장 동료와 마음 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할 겝니다.

모두 야구를 ‘즐기지’ 못하는 탓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하나가 고향 팀이라서, 모교 후배가 뛰는 팀이기에 등 갖가지 이유로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열혈 팬에게는 야구 자체를 즐기라는 조언밖에 할 수 없겠지요. 문제는 야구를 아예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포볼을 얻어 1루로 가는 장면에 “어, 저 선수는 왜 가만히 서 있다가 걸어나가는 거야?”라고 묻는 이에게는 야구란 수수께끼투성이 놀음, 거기 일희일비하는 야구팬이란 얼빠진 이들로 비칠 겁니다.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야구란 무엇인가』(레너드 코페트 지음, 황금가지)와 『야구교과서』(잭 햄플 지음, 보누스)입니다. 모두 미국의 야구전문 기자들이 썼는데 초보자를 위한 책은 아닙니다. ‘골수 팬과 예비 선수’를 위한 것입니다. 적어도 ‘땅볼’과 ‘플라이’의 구분은 가능해야 흥미롭게 읽을 수준입니다.

『야구란 무엇인가』의 경우 이 책의 번역 출간을 지원한 어느 국내 프로야구단이 새로 입단한 선수들에게 이 책을 준 뒤 독후감을 받고 시험도 쳤을 정도입니다. 원래 야구는 숫자놀음이라 해서 통계가 많이 이용되는 구기 종목입니다. 규칙도 많아서 규정집은 책 한 권 분량이라지요. 그래서 내로라하는 야구팬도 잘 모르는 숨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야구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남북전쟁에서 활약한 애브너 더블데이 장군이라 답하면 상당한 야구광입니다. 그를 기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이 뉴욕 주의 쿠퍼스 타운에 있다니까요.

하지만 오답입니다. 『야구교과서』에 따르면 공식적인 ‘야구 발명자’는 1846년 현대식 야구장을 고안하고 규칙서를 만든 알렉산더 카트라이트랍니다. 스위치 히터를 아는 팬은 많아도 스위치 피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몇 안 될 겁니다. 미국 야구사에는 왼팔, 오른팔로 자유자재로 던진 투수가 4명이나 있었다네요. 변화구를 던지는 그립까지 설명해 줄 정도니 이 책들을 읽고 나면 야구 화제가 한결 풍성해지리란 점을 장담합니다.

물론 아쉬움은 남습니다. 온통 미국 야구 얘기니까요. 1982년 한국의 프로야구 첫 시즌 개막전에서 이종도 선수가 끝내기 만루 홈런을 쳤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떻습니까. 야구는 어차피 야구, 미국이나 한국이나 틀은 같고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미드’를 화제 삼을 줄 알아야 문화인 행세를 하는 마당인데요. 게다가 “감독이라고 해서 공이 가는 길까지 가르쳐 줄 수는 없다” “사람 좋으면 꼴찌다” 같은 삶의 교훈도 만날 수 있는 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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