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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과 도란도란] 시장 모르겠다면 적립식으로 투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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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26면

애널리스트는 만능이다. 주식시장을 설명할 때는 그렇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돼 있다. 단, 질문이 뭐든 간에 답은 똑같다. 예를 들어 보자. 오늘 아침 전달 경상수지가 발표됐다고 하자. 결과는 흑자 전환이었다. 오늘 주가가 올랐다면 애널리스트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국내 기업들이 선방했다는 증거라고 설명도 붙인다. 그런데 주가가 내렸어도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 전환이다. 대신 이번엔 이유가 좀 다르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의 결과라는 것이다.

주가는 주가로 말한다. 왜 오르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어도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거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올해 초 “미국 경제가 비틀거린다고 그것이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는 가끔 경기와 상관없이 주가 맘대로 움직인다.

지금이 딱 그렇다. 특별히 좋을 것도, 나아진 것도 없는데 코스피 지수는 저점 대비 40% 넘게 올랐다. 찜찜한 상승에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이나 새로 사려는 사람이나 모두 고민이다. 그런 고민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더 올라 살 기회를 놓치면 어떡하느냐는 조바심이 섞여 있다.

불안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적립식 투자다. 주가가 오르면 올라서 좋고, 떨어지면 더 많이 살 수 있어 좋다는 논리다. 우산장수 우화처럼 들리긴 하지만 이 논리를 적용한 적립식 펀드는 2005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40조원이 넘는 주식형 펀드 시장을 가능하게 한 것도 적립식 펀드의 힘이다.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펀드를 깬 이가 많다. 대개 1~2년 투자한 이들이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적립식 펀드도 원금을 까먹었다. 적금에서 적립식 펀드로 ‘머니 무브’를 감행했던 투자자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투자기간을 조금 더 늘리면 얘기가 다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98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0여 년간의 투자 성과를 조사해 봤다. 98년 9월은 금리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적금 등 안전 자산의 투자 매력이 줄어들던 때다. 1년 동안 투자할 수 있는 총 113가지의 경우 가운데 42번 원금을 까먹었다. 세 번에 한 번꼴이다. 운이 좋으면 최고 63%의 수익을 올렸지만 운이 나쁘면 원금의 3분의 1을 날렸다. 투자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마이너스 수익을 낼 확률은 다섯 번에 한 번꼴로 줄었다. 때를 잘 만나면 67%의 투자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5년 투자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경우는 20번에 한 번꼴에 불과했다. 5년간 평균 수익률이 50%에 달했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워 주는 것은 과거 성과에 대한 분석이다. 앞날을 점치기 어려울수록 적립식 장기 투자가 답이 될 가능성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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