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바닥 찍더라도 이번 경제위기는 ‘전치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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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경기의 저점은 올 2분기나 3분기. 그러나 저점을 통과해 경기가 회복된다고 느끼기는 어렵겠다.” 10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 전망 내용이다. 한은은 예상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1998년(-6.9%)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치는 2%였지만 이번엔 -2.4%로 떨어졌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감안했는데도 그렇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9%에서 -1%로 수정된 것과 비교할 때 국내 경제의 성장률 하락 폭이 더 크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위 ‘수퍼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집행해도 일자리는 연간 13만 개가 줄어들고 민간 소비는 전년보다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도 9.9% 감소하고 설비 투자는 18%나 줄어든다고 나왔다.

다만 올 1분기엔 전 분기 대비 0.2%, 2분기엔 0.5%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4분기(전 분기 대비 -5.1%)와 같은 급속한 추락은 일단 멈춘다는 의미다. 한은은 올 2~3분기에 경기 저점이 오고 내년엔 3.5%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이르다. 한은도 확신을 못 한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저점이라는 말엔 경기가 바닥에서 다시 오른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러기엔 회복세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저점 이후의 회복세가 경제 주체들이 체감할 수준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금으로선 급강하→바닥→급상승으로 이어지는 V자형 회복은 포기 단계다. L자형(침체 지속)으로 갈지, U자형(바닥을 일정하게 다진 후 상승)으로 진행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표현한다면 L자가 약간 왼쪽으로 기운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하다.

경기 사이클은 변화무쌍하고 변칙적인 곡선이다. 상승할 때도 중간에 잠깐 쉬었다 다시 상승하고, 하락할 때도 잠시 좋아졌다 다시 나빠지곤 한다. 따라서 최근 주가와 환율 등 일부 지표가 잠시 좋아졌다고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성태 한은 총재의 말처럼 “한 달 전에 하던 걱정에 비해선 조금 나은 지표가 나온 것”뿐이다.

한은은 저점 통과 후 경제가 좀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내년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본다. 이번 경제위기를 ‘전치 2년’으로 진단한 셈이다.

그렇다면 당장의 과제는 역시 경기의 불씨를 열심히 키우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 때 우리도 동반 상승할 수 있도록 미리 성장동력을 갖춰 놔야 할 것”이라며 “다만 기업이 스스로 설비 투자를 늘릴 여력이 크지 않아 일단 계획한 추경은 하루라도 빨리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800조원에 가까운 단기자금이 풀려 있는 탓에 실물경제의 회복과 별도로 경제 곳곳에 거품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을 때와 더 나빠질 때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는 의견도 나온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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