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채널마다 ‘색’다른 시청 연령 제한 숫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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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그램에 따라 TV 화면 한쪽에 ⑫나 ⑮등의 동그라미 숫자가 뜬다. 각각 ‘12세, 15세 이상 시청가’라는 뜻이다. 대체로 빨간 동그라미 속에 숫자가 들어있지만 케이블 KM채널은 핫핑크 빛깔이다. 올리브 채널은 오렌지톤 노란 색이고, XTM 채널은 탁한 갈색 톤이다.

이 ‘연령 제한 표기’ 색깔은 채널 이미지와 연관성이 있다. 핫핑크에 윤고딕을 쓰는 KM채널과 엠넷(Mnet)이 대표적이다. 음악을 통한 젊음과 트렌드를 상징한다. 격투기물과 액션 영화가 주 메뉴인 XTM 채널은 연령 제한 표기도 남성적인 탁한 색채다.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올리브 채널은 오렌지톤을 전면에 내세운다. 온스타일은 채널 이미지로 보라색톤을 유지하는 편이다.

이런 ‘시각 정체성(visual identity)’을 가장 발빠르게 선도해 온 곳이 엠넷. 채널 로고부터 채널 이미지 광고에 핫핑크를 강조했던 엠넷은 최근 자매 회사 KM채널의 로고도 파란색에서 핫핑크로 바꿨다. 음악채널로서 통일성을 준 것이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 자막에 ‘엠넷스러운’ 색깔·서체·위치를 지정하는 매뉴얼을 마련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린 시청자가 ‘이건 엠넷이군’ 한 눈에 알게 하겠다는 의지다.

‘시각 정체성’은 채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케이블업계의 자구책이다. 채널 수백개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타깃 시청자의 충성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친밀도를 높이는 채널 이미지 광고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톱스타 이효리·송승헌을 기용한 엠넷의 채널 광고나, 화보 콜라주를 연상시키는 화면에 특유의 리듬감을 살린 온스타일 광고 등이 그 예다.

이런 시각물만 제작하는 별도 전문인력도 있다. OAP(On-Air Promotion)라고 불리는 이 팀은 1차적으론 프로그램의 각종 특수효과를 책임진다. 예능 프로에서 열 받은 출연자의 머리에 연기가 나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도 이들이 담당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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