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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대선 공약점검]3당 고용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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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량실업이 '발등의 불' 이 됐다.

금융.외환위기가 IMF구제금융, 그리고 이에 따른 경기 급랭으로 이어지는등 경제는 날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각 후보의 공약도 21세기 한국의 비전을 논하던 수개월 전의 '여유' 를 떨쳐버리고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긴급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서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고용대책. 3당 후보와 정당이 말하는 일자리 만들기.실업충격 줄이기.고용제도 개선책등에 대해 알아보자.

◇ 일자리 만들기 = 고용관련 공약중 각 후보들이 '한목소리' 로 얘기하는 부분부터 챙겨보자. 오래 전부터 이들은 '고용 기회의 창출' 을 통해 고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목소리를 모아 왔다.

또 일자리를 늘려야 하며, 그것도 중소기업과 첨단기술.벤처기업을 정부가 육성.지원한다고 다짐했다.

말은 하기 쉽고 시행하기는 어려운 방법을 택한 것도 3후보들의 공통점이다.

정부 지원에 의한 고용창출책 중엔 지원규모에서나 또는 특정산업 지원문제 때문에 세계무역기구 (WTO)가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 후보들 스스로는 말이 없다.

정부 지원으로 창출될 일자리 숫자에 대해서는 다소간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5년동안 20조원으로 3백만명' , 국민회의는 '2년반동안 1백만명' , 국민신당은 '1백만명' 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던 것이 IMF 금융지원후 겪어야 할 경제성장 희생이 현실화하면서 더 이상 큰소리치지 않게 됐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5%선에서 억제될 것이고 그 결과 1백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머쓱해진 것이다.

◇ 실업대책 = 경제상황의 급격한 악화로 고용관련 공약 주제가 고용창출 대책으로부터 실업 대책, 그것도 '당장의 대형 감원바람을 어떻게 잠재울 것이냐' 로 옮겨갈 수밖에 없게 됐다.

각 정당은 초기 며칠간은 제법 여유를 보였다.

"경제성장률의 저하를 감안하면 불가피하다" (국민회의) , "감량경영을 통한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하다" (국민신당) , "대량 감원은 부적절하다" (한나라당) 는 식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재취업.전직훈련을 늘리고 실업자에 대해 고용보험을 확대하겠다" "퇴직금 지불 보장을 위해 임금채권보장기금을 신설하겠다" 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감원압박에 몰린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공제사업확대' (국민회의) , '기업안정화기금' (국민신당)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또 '노사공동의 고용안전대책을 수립하자' (국민회의) , '초당적 실업대책기구를 설치하자' (국민신당) 는 등을 제의했다.

그러던 것도 며칠. 지난주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십%에 이르는 인원감축계획들이 줄을 잇자 점점 톤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감원하기 이전에 임금.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인력및 직무조정등 노력을 했어야 했다" (한나라당.국민회의) 는 평가인지 정책인지 모를 소리들을 내놓게 되었다.

그것으로도 안되겠다 싶었던지 지난 며칠 동안은 아예 강제로 실업을 못내게 하는 '비상대책' 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6개월간 해고를 중지하고 모든 임금을 동결하라' (국민회의) , '근로자들이 협조해 2년간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노사분규가 없어야 한다' (국민신당) 는 등이 그 예다.

이같은 아이디어들은 '자율시장에 대한 불신' 이 대선후보에게도 만연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산업별.회사별.개인별 임금.생산성의 차이를 무 자르듯 하겠다는 것이다.

◇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조입지 강화 = 3당의 후보와 정당의 공약이 이 문제에 관한한 비슷하다.

이들이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제도개선분야다.

장기적 과제로서 모두들 말로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돼야 한다" 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그러나 최근 재계가 목청을 높인 정리해고제 '조기' 도입에 관해 구체적으로 따져들면 슬며시 후퇴해 '예정대로 2년간 도입유예' (국민회의) , '아직 시기상조' (한나라당) , '정리해고는 노사자율로' (국민신당) 등 약간씩 차별화를 보인다.

근로자 또는 노조의 권익보호에 관한 생각도 대강 이 순서대로다.

그래서 노조의 정치활동, 공무원노조의 결성등 현안에 대해 국제노동기구 (ILO) 수준으로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국민회의가 가장 진보적 입장이고, 국민신당과 한나라당은 중장기적으로 바꾼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기업규제완화 등 재계의 입장을 수용함으로써 보수계층을 끌어안아 온 국민회의가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고용정책에 관한한 다시 본래대로 근로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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