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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협상 타결…정치권 자성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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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IMF) 의 금융지원협상 타결에 대해 정치권은 부끄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연쇄부도.대량실업 사태가 닥쳐올 것이라며 태산같은 걱정을 했다.

모두들 "길은 하나뿐" 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든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표만을 위해 선심을 남발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일부 정당은 경제사정이 확 달라짐에 따라 공약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로 잡히고 향후 몇 년간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비현실적인 '장밋빛' 공약을 털어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한나라당 = IMF 실무협약안과 관련해 "정부는 무엇보다 기업부도.대량실업 사태를 막기 위한 비상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李會昌후보) 는 입장이다.

6개월간 해고중지및 임금동결, 기업대출금 상환유예를 이날 타 정당과 긴급협의한데 이어 당 자체적으로 특별 고용안정방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1일 당사에서 개최된 전당원 1달러모금운동 행사에서 李후보는 "이제라도 허리띠를 졸라매 외화사정을 호전시키자" 며 '나라살리기 범국민운동' 을 제의했다.

IMF 구제금융조치전에 내놓은 대선공약에서 거품을 빼는 작업도 한창이다.

李후보는 당초 집권후 금리를 6~7%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IMF는 긴축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내년 총통화율을 현재의 18%에서 10%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해 시중 실세금리가 18~2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그래서 정책팀은 금리인하 공약수치의 정밀 재산출에 들어갔다.

3백만명에게 새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한 공약도 대상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3%수준, 실업률이 5~6%로 예상됨에 따라 실업자가 최소 1백2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李후보는 "IMF 구제금융조치로 재정규모가 제약받게 돼 25만명 정도의 일자리는 당초보다 줄어들 것으로 본다" 고 진단했다.

국민총생산 (GNP) 의 6%를 교육예산으로 투자하겠다고 한 공약도 재검토 대상인데 서상목 (徐相穆) 기획본부장은 "5년간 단계별 달성수치를 약간씩 조정하는 선에서 최종공약이 마무리될 것" 이라고 밝혔다.

최훈 기자

◇ 국민회의 = "IMF 구제금융은 국가적 수치로서 우리는 이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는 성명을 냈다.

"치욕" "사죄" 등의 용어까지 동원됐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오늘의 국가부도사태를 초래한 한나라당 정권은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해야 한다" 며 경제위기 책임론을 거듭 거론했다.

IMF 구제금융 협상타결에 대해선 "그나마 다행" 이라는 반응이다.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은 "IMF의 권고사항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경제 구조조정은 어차피 겪어야 될 홍역" 이라며 "경제정책을 착실히 보완해야 한다" 고 했다.

이날 김대중 (金大中) 후보는 긴급 경제공약 발표회에서 IMF 구제금융시대에 맞춘 정책도 제시했다.

실업대책과 관련, 金후보는 "고용을 줄이는 양적 구조조정보다 생산성 향상과 임금인상 자제등 경쟁력 제고 위주의 질적 구조조정에 역점을 둬야 한다" 고 주장했다.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육성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임금동결.예산 10조원 감축.정부 조직개편등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도 역설했다.

IMF와의 협상타결로 재벌중심의 경제체질 개선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산업구조조정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IMF 협상타결을 예상, 각종 공약의 손질에 착수했다.

정책팀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을 6~7%선으로 예상해 마련했던 공약을 협상타결을 감안, 4%선으로 낮춰잡았다" 고 했다.

초긴축시대에 맞춰 공약을 대폭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박승희 기자

◇ 국민신당 = 한이헌 (韓利憲) 정책위의장은 "IMF가 우리에게 요구하기 전에 가야할 길을 스스로 가야 한다" 며 경제주체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했다.

특히 정치권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총론에선 고통 분담을 외치면서도 각론으로 가면 대상마다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하는등 난파상태의 경제를 득표전략으로 이용하려 해선 안된다" 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불과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대처하는데 허점이 있어선 안된다" 며 "끝까지 주인의식을 가져달라" 고 주문했다.

韓의장은 2백억달러로 결정된 IMF의 직접 지원규모에 대해 "다른 곳에서도 돈을 빌릴수 있는만큼 그 정도면 적절하다" 고 평가했다.

국민신당은 동시에 이미 발표한 공약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韓의장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로 잡은만큼 GNP에 맞춰 일정비율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공약들이 우선 수정 대상이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학.문화.농어촌 부문의 공약 대다수가 바뀐다는 것. "99년부터 2008년까지 1백조원의 예산을 확보해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에 쓴다" 는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무원 감축.정부규모 축소등 정부혁신.행정쇄신등과 관련된 공약은 더욱 엄격해지리라는 전언이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수입 당분간 금지' 등 평상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약도 급히 마련됐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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