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투자위축·수입감소에 모처럼 무역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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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제 전반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무역수지가 모처럼 흑자로 반전됐다.

흑자규모도 2억1천만달러로 제법 크다.

이는 국제수지 개선이 우리가 겪는 난국의 궁극적 해결방안임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일이긴 하나 흑자반전의 내용이 건실하지 못해 앞날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내수 (內需) 부진.투자의욕 상실에 따른 대폭적인 수입감소가 흑자반전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고 갑작스레 닥친 환율급등이 한몫 단단히 했다.

특히 극심한 투자부진은 근본적인 수출경쟁력 회복보다 수입감소를 통한 축소재생산적 수지호전을 부를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수출업체들은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은행의 수출환어음 매입기피로 심한 자금난까지 겪고 있어 앞으로 수출전선에 나쁜 영향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1일 발표한 11월중 수출입동향 (잠정치)에 따르면 통관기준으로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5.3% 늘어난 1백20억달러에 이른 반면 수입은 11.7%나 줄어든 1백17억9천만달러에 그쳐 월중 무역수지가 2억1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들어 월중 무역수지 흑자는 6월 (1억2천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다.

수입감소율 11.7%는 93년 1월 (14.1% 감소) 이후 4년10개월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11월까지의 무역수지 적자는 1백3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억4천만달러 줄어들었다.

정해주 (鄭海) 통산부장관은 "세계 경기호조와 환율급등으로 통관기준 올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1백억달러를 밑돌게 될 전망" 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 지난달 수출 (1~20일) 을 보면 반도체가 64메가D램등의 수요확대로 25.9%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석유화학 (32.7%).일반기계 (28.4%).철강 (8.1%) 등이 호조를 나타낸 반면 자동차는 기아 (起亞) 사태의 여파로 0. 1%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입의 경우 같은 기간중 자본재가 투자위축에 따라 22.8%나 줄었고 소비재 역시 17.9% 감소했다.

원자재가 원유도입 증가로 2.9% 늘었을 뿐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업계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난해로 대강 마무리된데다 앞으로 긴축정책이 실시되면 내년 수입은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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