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은 안전 ? 너무 믿으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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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부들은 냉장고를 과신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식중독 균의 온상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과 공동으로 서울시내 14가구의 냉장고에 든 음식의 위생 상태를 조사했다. 우유·햄 등 7종류 18개 제품을 표본 조사했는데 이 중 햄·소시지·두부 등에서 식중독 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이들 제품은 조리하고 남은 것으로 유효 기간은 지나지 않았다. 두부는 구입한 지 2일, 햄과 소시지는 4일 지난 것이다.

식약청 황인균 식품미생물과장은 “식중독 균들이 냉장고 안에 서식하다 음식물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부나 햄 등이 밀봉돼 있을 때는 침투하기 힘들었으나 포장을 뜯은 뒤 손쉽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쇠고기는 식중독 균은 없었지만 많은 수의 세균이 검출됐다. g당 20만 마리였다. 쇠고기는 구입한 지 하루 지난 것이다. 일반 세균은 통상 g당 100만 마리까지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만 마리의 세균이 있을 경우 당장 조리해 먹지 않으면 금방 부패할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식중독 균이 서식하는 이유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청과 소시모가 이번에 50가구의 냉장고를 살펴보니 22가구는 음식물을 흘린 자국이 있었다. 세균은 음식물을 흘린 데나 냉장고 벽, 채소통 등에 산다.

또 전국 대도시 주부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7.2%는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냉장고를 청소했다. 음식물 보관 방법도 문제가 많았다. 응답자의 69.1%는 먹던 음식을 그대로 보관한다고 답했다. 그렇다 보니 냉장고에 보관한 조리 음식을 먹고 배탈 난 적이 있는 사람이 6.6%였다. 주부들의 63.6%가 식품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세균은 냉장고 온도(4~5도)에서도 살 수 있다. 다만 증식 속도가 상온보다 느리다.

식약청 황 과장은 “냉장고 속 식품을 만질 때 손을 깨끗이 씻고 청소를 깨끗하게 하면 부패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냉장고 청소하기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조리 후 남은 음식은 밀폐용기에 보관하거나 가열 후 보관해야 한다. 냉동 음식을 녹일 때도 주의해야 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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