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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컴퓨터게임 '버파' 세계챔피언 신의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고등학교 1학년 신의욱군은 세계챔피언이다.

위력적인 팔뚝치기와 발후리기 기술을 바탕으로 적지에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권투선수도, 격투기선수도 아닌 컴퓨터 게이머다.

신군은 올 2월 일본에서 열린 '버추어 파이터' 세계챔피언십에서 당당 우승. 일본의 컴퓨터 게임업체 '세가' 에서 주최한 이 대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국가대표' 선수 30여명이 참여했다.

주최국 일본과 싱가포르.대만.미국 선수 등을 물리친 그는 결승전에서 한국대표로 함께 출전한 조학동 (19) 군을 제치고 타이틀을 따냈다.

그냥 '버파' 라고 부르는 이 게임은 컴퓨터 오락실에서 가장 인기있는 격투게임. 두명의 무술고수가 맞붙어 승부를 겨룬다는 내용의 이 게임은 순간적인 판단력과 빠른 손기술을 필요로 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이 소년은 버파 앞에만 앉으면 갑자기 무공의 달인으로 돌변한다.

"기술은 대방동 오락실에서 익혔어요. 다양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역 부근의 큰 오락실을 찾았죠. " 그는 '리플레이스' 라는 '버파팀' 에서 활동하며 버파계의 1인자로 떠올랐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버파를 좀 잘한다는 친구들은 적게 5명에서 많게는 16명까지 팀을 만들어 활동한다.

이들은 서울 양재동의 M오락실등지에서 경기를 갖는다.

한 팀에서 5~6명이 출전해 격투를 벌인 후 최후의 승자가 남는 팀이 이기는 거다.

돈을 걸고 하는 건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는 명예와 자존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상금은 없었지만 트로피와 벨트를 가지고 일본서 돌아오니 신군 앞에는 기분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부모님이 마음을 돌렸다.

여느 부모 못지않게 아들이 게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게임이 꼭 나쁜 것은 아닌가 보다" 하는 정도로 '의식개혁' 이 됐단다.

또 게임을 개발하거나 수입하는 여러 업체에서 그를 테스터로 활용하기 위해 갖가지 제의를 했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신군의 꿈을 물어보는 건 통속적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게임 관련 직업을 갖는 거죠. 만약 게이머 리그가 생긴다면 타이틀도 노려봐야죠. " 소년은 이렇게 말하며 격투가 벌어지고 있는 버파 화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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