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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긴급자금 지원협상 사실상 매듭…"국가 부도경각" 뼈깎는 조건 수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긴급자금 지원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IMF 지원요청을 발표한뒤 꼭 10일만이다.

정부와 IMF는 그동안 상당히 차이가 있는 내용의 안을 갖고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정부가 자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아낸다는데 협상의 초점을 맞추면서 결국 대부분의 항목에서 IMF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까지 정부와 IMF가 진통을 겪은 분야는 ▶금융기관 구조조정 ▶경제성장 목표다.

◇ 금융구조 개편 = 가장 논란이 됐던 분야다.

IMF는 금융기관을 부실정도에 따라 분류한뒤 일부 종금사등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즉각 영업정지 또는 파산등 조속한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 '11.19금융대책' 에서 제시한 금융기관 처리방안 (종금 1월, 은행 3월까지 실사후 처리) 을 밀고 나간다는 생각이었는데 IMF의 요구에 따라 일정을 앞당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가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적게해야 국민들도 믿고 따라온다" 며 이해를 구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 성장.실업 = IMF가 내년에 2.5%까지 낮출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당초 5.2%를 제시했었다.

정부는 일단 5.2%를 제시해놓고 4%선에서 타협할 생각이었으나 IMF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결국 3%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성장률 감소가 고용안정에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林부총리는 "성장률을 한꺼번에 낮추면 대량실업 문제가 발생한다" 며 막판까지 성장목표를 높이려 했지만 결국 IMF 요구를 거의 수용하고 말았다.

◇ 재정 = IMF가 요구한 7조~8조원 감축이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기관 인수.합병 (M&A)에 필요한 자금을 재정에서 동원해야하고, 저성장에 따른 정부예산 감축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예산안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수정이 쉽지 않음을 설명하고 최소한의 감축을 주장했지만 결국 IMF의 요구가 반영됐다.

정부 관계자는 IMF가 특히 경부고속철도등 대형 국책사업의 일부 집행연기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 세제 = 각종 재정지출에 따른 적자를 보완,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IMF는 부가가치 세율을 현행 10%에서 11%로 인상하고 교통세율도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도 동의, 조만간 세율이 인상될 전망이다.

또 부가세등 과세특례 대상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 경상수지 = 내년 적자규모는 큰 이견없이 50억달러 이하로 줄이기로 결론을 냈다.

당초 정부는 내년에 80억달러 적자를 예상했으나 IMF 자금요청 후 저성장에 따른 경제위축을 감안, 50억~70억달러로 낮춰 IMF에 제시했다.

그러나 IMF는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50억달러 이하를 강력히 요구, 결국 정부가 받아들이기로 했다.

◇ 노동제도 = IMF가 금융기관 M&A를 촉진하기 위해 금융기관 직원의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이는 물론 파견근로제 도입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 기타 = 이밖에 IMF는 부실기업의 조속한 정리를 요구했고, 정부는 개별기업 문제는 시장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튼 부실기업문제는 앞으로 정부개입없이 '원칙대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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