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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을미회, 옛 추억보다 내일을 말하다

중앙일보

입력


‘고양 을미회’는 고양시 대표 지역 토박이 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역발전에 힘 쓰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용규·신성철·이영휘·이명주·이철휘·유형렬 씨.

(사진)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고무신을 신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털내기(매운탕·고양시 방언)를 끓여 먹던 유년시절. 1968년(을미·乙未)년 고양시 소재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옛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 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양 을미회’(회장 신성철)를 결성했다. 각계에서 지역을 이끄는 어엿한 중년이 된 그들에게서 고양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엿볼 수 있다.


10개 초교 1500여명… 고양시 최대 규모

  “40여년 전에는 능곡까지 나룻배가 들어왔어요.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자취를 감췄지만예전에는 수도권임에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소외지역이었지요.” 고양 을미회 신성철(55)회장의 설명이다. 5대 회장을 지낸 이용규(55)씨는 “춘궁기 보릿고개를 넘어야만 했던 시절, 찢어진 고무신을 신고 인근 개울에서 친구들과 물고기를 잡아 털내기를 해 먹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고 회상했다. 6·25 전쟁 이후 많은 북한의 주민들이 남하해 논밭을 일구며 살았다는 고양시. 옛적 한때 서울의 은평구와 뚝섬까지 편입돼 있다가 90년대에 신도시개발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을미회는 친구이자 이웃, 동향으로 같은 기억을 공유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결성된 고양시 토박이들의 친목단체.

 능곡·일산·백마초 졸업생을 중심으로 1992년 모임이 결성돼 지금은 송포·행주·성석·대화·삼송·벽제·신도초등학교 출신으로 확대, 회원수 만도 10개 초교 1500여명에 달한다. 동창 모임으로는 고양시 최대 규모다. 현재(13대) 신 회장을 비롯해 역대 회장들이 자문위원 역할을 하고 각 학교별 소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고양 을미회 6대 회장을 지낸 이철휘(55)씨는 “체육대회 등을 통해 각 학교간 교류가 이뤄지면서 지금은 고양시 최대규모의자연부락 토박이 단체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2대 회장을 지낸 이명주씨는 “회원들과 만나면 유년시절로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이해관계가 없어도 만나면 그저 반가운 친구들”이라고 털어놨다. 유형렬 전 사무국장은 “모임 특성상, 고양시의 여론을 이끌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역의 어른으로서 고양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으로 지역사랑 구현
  ‘고양 을미회’는 추억을 공유하는 한편 지역사회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자연보호운동과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1995년부터 ‘벽제천 맑은 물가꾸기’ 운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국제꽃박람회가 끝나면 자발적으로 쓰레기 청소작업에 참여하기도 하며 호수공원을 찾아 환경정화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장학사업도 활발하다. 1997년부터 매년 불우한 학생 21명을 선정,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외에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여는 것을 비롯해 노인 단체를 찾아 후원하고 있다. 또 2004년부터는 고양시 신장병장애인 협회를 찾아 치료비와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4대 회장을 지낸 이영휘(55)씨는 “이제는 지역의 어른으로 자녀와 내 고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프리미엄 이형열 기자 yeol7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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