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이름은 '톱 브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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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름'프리미엄을 노려라. TV 프로그램의 작명 경쟁이 뜨겁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거 인기 프로그램 이름을 다시 가져와 쓸 정도다.

KBS-1 TV에서는 6일부터 '누가 누가 잘하나'가 부활된다. '누가 …'는 1954년 KBS 라디오에서 시작된 어린이 노래자랑 프로그램으로 72년 TV로 옮겨 83년까지 방송됐다. 그 뒤 KBS는 '노래는 내 친구''열려라 동요세상'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왔지만 '누가 …'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KBS는 "'누가 …'의 과거 명성을 기억하는 기성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라며 부활 이유를 밝혔다.

MBC가 지난 3월 재등장시킨 '웃으면 복이 와요'(사진)도 마찬가지. 새로 생긴 '웃으면 …'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69~85년 방송돼 인기를 끈 '웃으면…'와는 전혀 다른 형식이지만 MBC는 과거 코미디의 대명사이던 타이틀을 그대로 차용했다.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이름은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 MBC는 올 봄 개편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모든 코너를 다 바꿨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겨뒀다. KBS도 '해피투게더'의 프로그램 성격을 '스타들의 친구찾기'로 바꾸면서도 이름은 똑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KBS 장윤택 편성본부장은 "인기 프로그램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이름에는 방송가의 징크스가 반영되기도 한다. MBC는 지난 2월 열린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제작발표회에서 "'허준''국희''대장금'등 사람 이름이 제목인 드라마들이 쭉 히트를 쳐왔다"고 밝히며 '… 금순아'의 선전을 기대했다. 그 덕분인지 '… 금순아'의 시청률은 30%에 육박한다. '신입사원' 후속으로 다음달 1일 시작될 MBC 새 수.목 드라마 제목은 아예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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