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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개조 프로젝트] 이번 주 참가자 계남고등학교 2학년 정대봉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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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힘드시죠

“우리나라 저소득층 친구들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그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또한 저희 3남매를 홀로 키우는 엄마의 든든한 아들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저와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에게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되돌리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공부 개조 프로젝트팀에 사연을 보낸 정대봉(17·계남고2)군이 e-메일에 적은 내용이다. 프로젝트팀은 이 글귀를 크게 출력해 액자에 넣어 대봉이에게 선물했다. 대봉이가 이 다짐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대봉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모두가 머리를 맞댔다.

대봉이의 지금

성적은 떨어졌지만 성공하겠다는 의욕 강해

“대봉이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간섭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어머니 박양심(43·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청각장애 2급)씨는 대봉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과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 중1인 둘째아들과 정신지체 장애를 겪는 셋째딸을 건사하느라 많이 챙겨주지 못해, 또 원하는 대로 학원에 보내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

대봉이도 중1 때까지는 소위 ‘전국권에 들었던’ 모범생이었다. 방황기를 겪으면서 공부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즐겼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그러더니 급기야 고1 첫 중간고사에서는 전교 520여 명 가운데 400등을 기록했다. 그때부터 대봉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부하기 시작해 2학기 들어서는 점수를 많이 올렸다. 그러나 언어 2등급, 나머지 영역은 4등급 정도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대봉이는 부족한 과목인 영어·수학에 매달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박씨는 그런 대봉이의 공부 방식이 불만이었다. 문제를 풀었다고 하는데도 깨끗한 문제집을 보면 과연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걱정스럽다. 계획없이 영어·수학 공부만 붙잡고 있는 것도 불안하기만 하다. 박씨가 잔소리를 하면 대봉이는 “각자 자신만의 공부법이 따로 있다”고 맞받아친다. 박씨는 “나도 학창 시절 전교 1등도 했을 만큼 공부라면 아들 못지않게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자꾸 잔소리부터 튀어 나온다”고 털어놨다.

대봉이네는 박씨의 여동생을 포함해 다섯 식구가 한 집에 산다. 귀가 잘 안 들리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는 엄마와 두 동생들로 집안은 늘 시끄럽다. 대봉이가 집에 돌아오면 TV·컴퓨터가 켜져 있어 책상 앞으로 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요소다.

하지만 대봉이는 자원해 반장을 맡을 정도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 강점이다. 어려운 환경에 대한 비관보다 공부를 잘해서 성공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또 학습기술 요인에 대한 점수도 높은 편. 프로젝트팀은 “대입에선 고 2~3학년 성적의 비중이 높은 만큼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려대 경영학과’라는 목표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학원 안 가도 괜찮아, 수업·야자에 ‘올인’하라

우리는 종종 스스로 처한 환경을 돌아본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외모, 경제적 환경 등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럴까. 프로젝트팀이 만난 대봉이는 그러지 않았다. 어머니 박양심씨는 “대봉이가 공부에 대한 열의는 있는데 학원을 보낼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처지에도 집으로 돌아와 장애인 동생 두 명까지 돌보며 공부하는 당당하고 꿋꿋한 대봉이. 프로젝트팀은 대봉이의 꿈인 ‘고려대 경영학과’ 가는 길을 찾아주기로 했다.

프로젝트팀은 “대봉이가 자신의 환경이 불리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원 비상 공부연구소 소장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며 “경제적인 여건과는 관련이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공부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학원을 활용하지 않는 공부법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봉이가 불리해지는 방식의 경쟁에서 탈피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된다는 얘기였다.

① 생각을 바꿔라

무엇보다 공부 자체의 재미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학습을 한다는 자세가 대봉이에게 필요했다. 프로젝트팀은 공부에 대한 대봉이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마음 습관’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찬식 덕산고 교사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려면 학교에서 한번 배운 내용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는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수업과 야자 시간에 모두 해결하고 귀가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학교에서는 학교 일, 집에서는 집안일에 충실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담임교사를 자주 찾아 상담할 것도 권장했다.

박 소장은 대봉이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미루지 말 것 ▶모르는 것은 철저히 찾아내 체크해 두었다 나중에 해결할 것 ▶주말 복습을 반드시 할 것 등이다. 특히 주말 복습은 기억을 완성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징검다리다. 시험 기간 2주 전 벼락치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② 공부의 완성도를 높여라

현재 대봉이는 영어와 수학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프로젝트팀은 대봉이에게 우선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수학은 난이도 ‘중’ 문제까지만 해결해 3등급을 목표로 하자고 했다. 대입에서 수리영역의 약점을 피해갈 수 있는 전략을 염두에 뒀다. 영어는 교과서 지문을 통째로 외우는 방법을 제시했다. 큰 목소리로 여러 번 읽으면 영어 듣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박 소장은 공부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마스터(MASTER) 학습법을 제안했다. 동기 부여(Motivating your mind)-정보 얻기(Acquiring the information)-의미 찾기(Searching out the meaning)-기억하기(Triggering the memory)-아는 것 표현하기(Exhibiting what you know)-학습 점검하기(Reflecting on how you've learned) 과정을 밟아 공부하는 방법이다. 학습의 동기를 얻기 위해선 교과 내용과 나의 실제 삶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프로젝트팀은 각 단원에 들어갈 때마다 학습 목표를 주의 깊게 읽어볼 것도 권장했다. 또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기 위해선 교과서에 없는 관련 정보를 폭 넓게 알아보는 것도 좋다. 대봉이는 앞으로 공부할 때 마스터 학습법에 따라 각 단계를 밟았는지 스스로 체크리스트에 기록해 보기로 했다.

③ 대학원생 형이 떴다

대봉이는 토요일 저녁마다 대학원생인 윤슬기씨와 함께 대학 도서관을 찾아 공부할 계획이다. 윤씨는 지난 호 ‘공부 개조 프로젝트’ 기사를 보고 프로젝트팀에 e-메일을 보내 멘토를 자원했다. 대봉이가 일주일 동안 공부한 것을 윤씨가 확인해 주고, 나란히 앉아 각자 자기 공부를 한다. 그는 “수학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과목이란 걸 대봉이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대학 생활의 실제 모습과 배우는 과목 등에 대해서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봉이는 “그동안 주위에 대학이나 직업에 대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자신이 받은 것을 나중에 되돌려 주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일요일에 대봉이는 시간을 정해 놓고 인터넷 강의를 듣기로 했다. 인강 시간표를 짜 붙여 놓고 습관화될 때까진 엄마가 체크해 줄 것이다. 대봉이가 필요로 하는 강좌와 교재는 비상에듀가 무료로 제공한다.

④ 휴대전화를 없애다

대봉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어머니 박씨의 변화도 중요하다. 프로젝트팀은 “‘앞으로 형편이 나아지겠지’란 생각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도 반성했다. 그는 “잔소리, 짜증, 신경질적인 반응들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고 아이들 앞에서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대봉이에게 미안해하기보다 참고 기다려주기, 진심으로 믿어주기, 대봉이 마음에 공감해 주기 등을 실천하기로 했다.

프로젝트팀은 박씨에게 TV를 없애고 함께 책을 읽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도 주문했다. 다행히 박씨는 “원래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해 바로 실천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대봉이는 프로젝트팀과의 만남 이후 스스로 휴대전화를 동생에게 줘버렸다. 친구들에게도 문자메시지로 휴대전화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리며 ‘앞으로 공부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봉이는 과연 자신의 바람대로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은 앞으로 ‘열려라 공부’ 지면과 조인스 블로그(blog.joins.com/happystudy)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최은혜 기자



프로젝트 신청 사연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 나태해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저 액자의 글씨가 부끄럽지 않도록 잘 해야 돼.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프로젝트팀이 가정방문을 끝내고 돌아간 뒤 어머니 박양심씨와 정대봉군이 마주 앉았다. 박씨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 스스로 나태해질 때 긴장감을 가질 수 있다”며 아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대봉이 담임선생님께도 편지를 쓸 생각이다.

“제가 대인공포증이 약간 있어서 학교에 찾아가지도 못해요. 그래도 편지로는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박씨는 평소 신문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읽는다. 그런 그가 ‘공부개조 프로젝트’ 이야기를 건넸을 때 대봉이는 선뜻 동의했다. 제자리를 맴도는 성적에 답답해하고 있던 터였다.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박씨는 이번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었다. 대봉이는 “공부를 하려는 의욕은 많지만 그 마음이 오래가지 못했다”며 “공부가 재미 없어지려는 게 가장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걱정이 많은 건 오히려 박씨였다. 아이가 이번 일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진 않을지, 자신의 형편을 잘 모르던 친구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

박씨는 이런 걱정을 훌훌 털어버렸다. 대봉이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금 당장의 주변 이야기들이 중요하겠어요. 대봉이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데. 이번에 좋은 분들 만나서 새로운 계기가 된 것 같아 참 감사해요.”

박씨는 무엇보다 대봉이에게 멘토가 생긴 것이 기쁘다. 아버지의 빈자리 때문인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대봉이였다. 박씨는 “의지할 수 있는 형·선생님이 생긴다는 사실에 대봉이가 무척 좋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씨가 대봉이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했다.

“네가 열심히 해서 잘 돼야 동생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자꾸 잔소리하고 화냈던 것 같아. 엄마가 미안해. 앞으로는 엄마도 신경 많이 쓸게. 잘해보자, 아들!”(어머니 박양심씨)

“저도 힘내서 열심히 할 게요. 이제 걱정 마세요, 엄마.”(정대봉군)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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