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박, 28∼30일 호암아트홀서 공연…“나는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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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카메라 앞에서 유진박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마치 기타처럼 두들겨대거나 신경증환자처럼 손장난을 해대거나…. 아예 지나가는 사람들에 신경쓰지 않고 전자바이올린을 켜대는 편이 한결 서로 편했다.

이런 그에게 흔히 붙는 수식어는 줄리어드의 이단아, 클래식과 록과 재즈를 넘나드는 음악천재. 얼마전 소니에서 나온 첫음반 '더 브리지' 에서 이 천재는 연주뿐만 아니라 랩을 섞어 노래까지 직접 불렀다.

파괴적 힘을 과시하는 '갱스터랩' 과 달리 스스로 '착한 랩' 이라고 부르는 그의 노래에는 포크와 60년대 록의 정서가 녹아있다.

90년대에 60년대? "60과 90, 마치 태극문양같지 않은가.

내가 하고픈 콘서트는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박수치는 그런 게 아니다.

관객과 연주자가 한데 어울리는 거. 사물놀이처럼. 서양음악에서는 60년대에 들어와서야 관객과 연주자간의 거리감이 사라졌다.

그런 일치감이 60년대 기분이다.

관객사이로 다이빙하고, 모싱 (moshing:록공연장.클럽의 청중들이 서로 몸을 부딪히거나, 사람의 물결위로 누운 사람을 나르거나, 연주자가 청중속에 뛰어드는 행위) 하고. " 그렇다고 격식과 절제에 갇힌 클래식음악에 진저리를 치고 도망나왔단 얘기는 아니다.

"2년뒤 (전속계약이 끝나는 시점)에는 줄리어드로 가서 박사학위를 계속할 것이다.

왜냐고? 사회에 계속있으면 비밀스러운 것, 예를 들어 바이올린을 갖고 록을 하겠다는 생각같은 게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하고싶은 걸 했고 하고픈 말도 다 했다.

내가 뭘 기대하는 지, 더 하고싶은 걸 찾기위해선 학교가 중요하다.

" 이 대목에서, 남보다 세상을 빨리 살아온 20대초반의 천재가 조금 고독해뵌다.

"사실 외롭다.

첫째는 한국말못해서. 둘째는 조금 유명해져서. " 고독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시를 쓰는 것. 읽는 걸로는 파블로 네루다에서 '도어스' 의 짐 모리슨까지 좋아하는 '시인' 들을 열거한다.

다른 하나는 바쁜 것. 콘서트외에도 방송출연이며 각종 행사출연이 좀 헤프다 싶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그 편이 낫단다.

잘안통하는 한국말대신 또다른 언어, 음악이 그를 대신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마치 과학자처럼. 한국에서의 내 프로젝트는 문화다.

라이브 음악, 그냥 앉아서 구경하는 '쇼' 말고 '함께 경험하는'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

오는 28~30일 그의 콘서트가 열리는 호암아트홀을 찾을 관객들은 푹신한 의자에 몸기댈 생각을 좀 접어둬야 할 것 같다.

(표는 매진됐다.)

글 = 이후남 사진 =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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