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정상회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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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밴쿠버의 제5차 APEC 정상회의는 24일 오후 (한국시간 25일 오전) 정상회의 의제 설명회에 이어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 (ABAC) 위원들과의 대화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틀 일정의 회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 워터프론트 호텔에서 25분간 열린 金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회담은 '고별인사' 의 분위기가 잠시 나타나기도 했다.

끝무렵에 클린턴대통령은 "민주적으로 당선된 민선 대통령인 각하와 지난 5년간 같이 일해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고 회고했다.

이에 金대통령은 "임기가 3개월밖에 안남았지만 지난 5년간 8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개인적 신뢰와 우의를 구축한 것에 만족한다" 고 말했다.

APEC 현장에서 한국외환위기가 주요관심사로 떠오르자 신우재 (愼右宰) 청와대대변인은 "金대통령이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 면서 "金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으면 한국경제위기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확산됐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金대통령은 장쩌민 (江澤民) 중국주석과 회담을 가졌는데 江주석은 金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이 6번째인 점을 상기하면서 "이번에 다시 만나는 것은 단순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우정을 다진다는 뜻의 중봉 (重逢)"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APEC회의에 참가중인 아시아 각국 지도자들은 상당히 풀이 죽은 모습. 이는 경제 강대국인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아시아 정상들이 보여주었던 자신만만한 웃음이 이번 회의에서는 단지 의전 (儀典) 적인 웃음으로 변해버렸다는 평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지 언론들은 아시아 정상들을 대놓고 비난하고 있다.

글로브 앤드 메일지는 '경제가 불타는 동안 바이올린만 켠 아시아 지도자들' 이란 제하의 기사를 실었는데 그 내용은 "금융위기는 장기간의 경제성장이 야기한 '오만' 의 결과" 라는등 통렬한 비난이 주류.

…이번 회의에서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세디요는 멕시코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선배국' 정상으로서 위기극복의 교훈을 각국 정상들과 기업인들에게 한수 '지도' 하고있다.

밴쿠버 = 박보균 기자.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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