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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가난에 갇힌 아이들’ 인터넷에도 갇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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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모 이혼 뒤 재작년부터 할머니와 살고 있는 민수(11·가명·전북 완주군)의 꿈은 ‘백수’다. 친구랑 노는 것도, 말하는 것조차 귀찮다. 유일하게 찾아서 하는 일은 인터넷 게임. 공부방에서 저녁 6시쯤 돌아와 라면 끓여먹고 10~11시까지 네댓 시간 가상 전쟁게임(서든어택)을 한다. 가끔 밭농사를 헤집어 놓고 남의 집 물건에 손대기도 한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해 잘 싸운다.

빈곤 아동들의 건강상태가 엉망이다. 본지와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2월 서울과 부산·전북의 10여 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빈곤 아동 124명의 건강상태를 역학 조사한 결과 5.5%가 중증 인터넷 중독이었고 8.8%는 중독 개연성이 높았다. 중증 중독자는 전국 청소년 평균 2.3%(한국정보문화진흥원·2008년)보다 배 이상 많다. 또 35%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16.7%는 비행 성향을, 10.5%는 공격 성향을 나타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빈곤 아동들에게 컴퓨터는 그림의 떡이었다. 2005년 이후 정부가 매년 2만~4만 대의 중고 컴퓨터를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인터넷 요금을 깎아줬다. 하지만 활용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신체건강도 엉망이었다. 라면이나 빵을 자주 먹다 보니 폭식 아니면 결식인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본지 조사 아동 중 셋에 하나는 과(過)체중, 열에 하나는 빈혈이었다.

◆특별취재팀=안혜리·김기환·김효은·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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