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 관계자는 4일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은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관련 부분에 대한 수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 초점도 거기에 맞춰지는 상황”이라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친인척이나 측근을 통해, 천 회장이 직접 박 회장의 불법 자금을 받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사법처리 대상자 수와 관련해서는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법적인 처벌 대상은 지금까지 구속되거나 소환조사를 받은 8명을 포함해 20여 명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연차 수사, 홍콩 APC 계좌 추적
또 다른 대검 관계자도 “이번 주 중 홍콩 사법 당국에서 태광실업의 현지 법인인 APC사의 신한은행 홍콩지점 계좌에 입금돼 있던 배당수익 6746만 달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를 넘겨받는다”고 말했다. “이 자료가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 등을 집중 수사하는 쪽으로 수사의 큰 흐름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태광실업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7~11월 박 회장 구명을 위해 청와대 또는 국세청 고위층에 금품 로비를 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특히 APC 계좌에서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36)씨에게 흘러간 500만 달러 외에 추가로 거액이 제3자 쪽에 흘러 들어갔다는 첩보를 입수, 진위 파악에 나섰다. 한 수사 관계자는 “500만 달러 이외에 나머지 6246만 달러 중 일부가 돈세탁된 단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추가 자금과 500만 달러의 최종 입금처가 어디인지를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검찰은 일단 홍콩 당국의 계좌추적 자료가 오면 연씨에게 간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지원을 위한 자금인지부터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3자 회동을 하고 퇴임 후 노 대통령 사업을 추진키 위한 재단인 ‘봉하’의 재원 조달 문제 등을 상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 회장은 당시 박 회장이 APC 계좌에 들어 있는 500만 달러를 가져다 쓰라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6개월 뒤 문제의 돈은 정 전 비서관의 요청으로 연씨에게 건네졌다. 검찰은 단순한 투자금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태광실업과 한국전력 등 컨소시엄이 2006년부터 추진해 노 대통령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말 사업승인을 받아낸 베트남 정부 발주 남딘성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한 사례금 성격인지도 조사 중이다. 이 사업은 30억 달러(약 4조1500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박 회장 변호인인 박영수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정·관계 로비 수사도 좋지만 박 회장이 베트남 정부에서 기왕에 따낸 대형 국책 사업이 무효가 되면 국가적 손해”라면서 “검찰이 정확하되 신속한 수사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정치인 3~4명과 부산·경남 지역 전·현직 자치단체장 2~3명을 추가 소환 대상으로 정하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