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정글에도 법칙 있어 … 민주당은 공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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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도 법칙이 있다. 절차가 잘못된 건 그쪽(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다 아는 것 아닌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일 전주 덕진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 전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참석차 찾은 제주에서다. 전날 김영진 의원 등 중진과 친정동영계 의원들은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며 정 대표를 압박했다. 정 대표는 이날 제주국제공항과 4·3평화공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고민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의 입장은 그대로인가.

“(굳은 표정으로) 그렇다.”

-(공천을 주라는) 중진들의 이야기가 부담되지 않나.

“만날 듣는, 다 아는 얘기다. 일일이 대응하면 싸움만 되니까 나도 당을 위해 그동안 언론에는 이야기 안 했는데, (중진들을 만나서는) 우리끼리니까 나도 내 입장을 이야기했다.”

-정 전 장관이 지역 여론을 들어 공천을 달라고 하는데.

“명분은 이쪽, 당에 있다. 정글에도 법칙이 있다. 민주당은 공당 아닌가. 당을 위해 내가 주체적으로 한 번도 말을 안 했지만 (갈등이) 다 워싱턴발로 시작된 것 아닌가.”

-정 전 장관은 사과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사과는 작은 문제다. 절차적으로 잘못된 건 그쪽도 다 아는 것 아닌가. 사과 받아 끝낼 거면 우리 사이에 이해하고 말지. 사과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당의 미래, 진로와 관련된 문제다.”

정 대표는 이어 부산으로 이동해 지역 언론과 인터뷰한 뒤 상경, 김영진·박상천·문희상·이석현·천정배 의원 등 당 중진 5명과 만찬을 했다. 김 의원 등은 "최악은 막아야 한다. 대표가 결단을 하라”며 정 전 장관 공천의 불가피성을 전달했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이 당을 나갔을 때 벌어질 현실도 따져야 하지만 옳고 그름도 따져야 한다”며 공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을 다시 논의해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제주·부산=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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