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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근육시대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비행기가 새처럼 '날개 짓' 하고 여객선이 물고기 마냥 '헤엄' 칠 수 있을까. '몽상' 속에서나 있을법한 이런 일들이 결코 실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대의 모 샤인푸어교수팀은 최근 티타늄 합금을 이용, 인간의 근육을 닮은 '인공근육' 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는 실 같은 티타늄 섬유로 만들어진 이 인공근육은 전기신호를 보낼 때마다 움츠러들었다 펴졌다 하면서 자신의 무게에 비해 최고 1천배나 되는 물체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샤인푸어교수는 "근육의 특징은 한마디로 수축된다는 것이다.

이런 수축기능을 가진 인공근육이 개발된다면 날개가 펄럭이는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미항공우주국 (NASA) 과 공동으로 우주복에 '인공근육' 을 넣어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거추장스런 우주복 때문에 우주공간에서 작업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MIT) 인공지능연구팀 역시 94년 이후 기능이 향상된 인공근육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중에는 한국인 과학자 이우진박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공섬유 근육 연구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MIT팀의 인공근육은 산도 (酸度) 를 조절함으로써 화학섬유가 신축성을 갖도록 한 것이 특징. 산성.염기성 용액을 흘려보내 산도를 변화시키는 이 인공근육은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브록박사는 "손상된 인간의 근육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고 밝혔다.

MIT팀의 연구는 인공근육이 비행기나 우주복 같은 기계구조에 탄력성을 붙이는 것 외에 생체 근육의 대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일본 통상산업성 공업기술연구원도 인공근육 제작에 뒤지지 않는 곳이다.

이 연구원도 최근 MIT팀과 비슷한 원리로 인공근육 팔을 개발, 야구공 크기의 물체를 집어드는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렌슬레어공과대도 힘은 떨어지지만 매우 정교한 인공근육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기적 신호에 십만분의 1초 단위로 반응하는 이 인공근육을 이용한 인공 손가락은 신호에 따라 달걀 한 개를 쉽게 집어들었다.

그러나 속도가 느려 달걀을 드는데 20분이나 걸렸다.

인공근육 제작은 50년대부터 일부 학자들에 의해 그 개념이 제기돼오다 93년을 전후해서야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근육이 인체 기관중에서도 동작원리가 가장 복잡해 기계적으로 흉내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인공근육 연구는 21세기 과학을 선도할 주요 과제로 떠올랐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 분야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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