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자본 자유화, 금융 발전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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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반세기의 역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했다. 북한과 대비되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왜 자본주의는 모든 국가에서 번창하지 못하는가. 재산권을 보호하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 필수적인 이 같은 인프라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에 먼저 진입한 기득권 집단의 저항 때문이다. 시장 인프라가 개선되면 경쟁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이 시장발전을 억압하는 행태는 비단 개도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기득권자의 시장 억압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금융산업이다. 금융이 신규 진입을 촉진하고 경쟁을 심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현금흐름과 담보자산이 충분하고 평판이 좋기 때문에 금융이 다소 취약하더라도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금융이 발전하려면 법과 공시와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야 한다. 투명해지면 기존 사업자의 경쟁우위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자본가뿐만 아니라 금융자본가도 금융발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무역과 자본을 자유화해야 한다. 대외개방으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국내에서의 시장 억압이 기득권자들에게 가져오는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치적인 저항이 줄어들게 된다.

둘째, 가장 효율적인 경제주체가 생산자원을 소유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당한 부(富)의 이전을 막을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와 세제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이 취약하면 경기 불황기에 경쟁에서 낙오하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기득권 집단의 엘리트들은 이들을 등에 업고 경쟁을 저해하는 정책이 나오도록 로비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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