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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4인조 '업타운', 한국계 혼혈등 모여 리듬 숨쉬는 힙합 구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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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코리아에는 여자래퍼가 별로 없어/그래서 내가 왔다 (중략) /모두 나를 따라해봐, 나의 랩을 들어봐/래퍼라면 '비트박스' 도 할 줄 알아야지/잘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하는 래퍼들은 모두 사라져, 그런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 '내일을 위해' )" 터무니없는 배짱 아니면 진짜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 둘 중 하나는 있어야 국내가수가 이런 노래를 내놓을 수 있다.

말많은 가요계에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공개적으로 혹평하거나 자기가 잘났다고 외치기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 (라디오프로에서 안재욱의 음악성을 거론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룬 허수경을 보라) 최근 2집에서 문제의 노래를 들고 나온 LA한국계출신 힙합4인조 업타운은 순전히 '실력에 근거한 자신감' 에서 그 가사를 썼다고 당당히 말한다.

"원래는 (공개할 순 없지만) 그보다 더 심하게 썼는데 주위의 만류로 이정도가 됐다" 는 것이다.

어찌보면 건방지게 들리는 발언임에도 가요계에선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는데는 주저하지않는다.

그들의 음악은 처음 들어본 사람들에겐 좀 낯설다.

마치 LA뒷골목에서 흑인아이들을 옮겨놓은 듯 버터냄새 팍팍 풍기는 정통 힙합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딱딱 쪼개지는 듯하면서도 미끌미끌하게 접합되는 리듬감, 무거운 느낌마저 주는 육중한 음색과 공격적인 사설조 가사, 볼륨넘치는 몸매와 춤사위등은 다른 댄스그룹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리듬 앤 블루스와 랩등 흑인음악이 진작부터 국내에 들어와 있었지만 업타운의 노래를 들어보면 그전까지의 음악은 어설픈 모방차원이 많았음을 단박에 느낄 정도다.

지난 겨울 나온 그들의 1집은 10만장 넘게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가요계는 전율스러우리만치 흑인의 필 (감정) 을 살려낸 그들의 비결을 궁금해 했다.

듀스.언타이틀등의 음반디렉터를 하다 94년 미국으로 건너간 리더 정연준 (25) 을 제외하면 래퍼인 김상욱.이현수.윤미래는 2~7세때 가족을 따라 도미, 10여년간 LA등지에서 살았다.

이들은 가요대신 흑인친구들의 음악을 즐겨 듣고 따라하다 절로 그루브 (흑인의 '흥' ) 를 터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단순한 흑인음악의 황색버전일 뿐인가.

"그렇지않다.

힙합하는 흑인들은 자기네말고는 아시아인만이 힙합의 기본을 소화하고 개성껏 재창조하는 발성구조를 가졌다고 평가한다.

" 이렇게 반박하는 리더 정연준은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만 쓰고 자란 교포조차 5천년간 유전자가 형성한 우리식 억양은 숨길 수없다.

래퍼인 미래와 현수는 흑인.멕시코인 아버지를 둔 혼혈이지만 역시 한국의 피가 흐르고있어 이들이 흑인음악을 한다면 그건 곧 한국음악" 이라 힘주어 말한다.

업타운에 따르면 힙합의 요체는 '리듬이 숨쉬는 음악' .리듬사이 여백에 인간의 숨결이 배어있어야 힙합인데 한국의 힙합은 너무 많은 악기.샘플링에다 잦은 코드변환으로 요란하기만 할뿐 리듬의 숨골이 끊어져있단다.

"한국에는 춤과 외모만 앞세운 '애들 음악' 가수가 너무 많다.

미국은 경륜을 쌓은 나이든 사람들이 가수를 하는데 여기는 순 아이들이다.

" 가요계에 대한 불만을 봇물터지듯 쏟아낸 이들은 자기들 음악에 대해 "대중성이 조금 낮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국내에서 정복되야할 음악을 앞서서 보여준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 고 말한다.

2집은 리듬 앤 블루스를 바탕으로 멜로디칼 갱스터랩을 시도한 '내안의 그대' 가 대표곡으로 반응을 얻고있으며 그밖에 하우스.재즈.스윙까지 흑인음악의 다양한 조류들을 반영한 16트랙으로 채워져 진한 한국판 블랙뮤직을 맛보여준다.

1집보다 정교해진 프로듀싱과 좀더 정통힙합을 지향한 노래들로 인해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을 받고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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