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폴 매카트니의 클래식 서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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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최근 클래식 작곡가로 '변신' 한 폴 매카트니가 EMI 창립 1백주년 기념 위촉작품인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75분짜리 교향시 '선돌' 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지난 10월14일 로열 알버트홀에서 초연한데 이어 오는 19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될 예정. 초연에 앞서 지난 9월 출시된 이 음반은 현재 빌보드지 클래식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카트니의 음악에는 비틀스의 매력적인 선율을 연상하게 하는 멜로디가 흘러넘친다.

이곡에서 그는 천부적인 '멜로디스트' 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악보도 제대로 그릴 줄 모르는 그가 다른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이곡은 거친 땅에서 문명의 씨앗을 일궈온 켈트족의 역사를 다룬 음악적 대서사시다.

오케스트레이션 과정에서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지만 한낱 기우 (杞憂) 였다.

사실 비틀스는 '페퍼 상사' 에서 오케스트라를 동원했고 피아노는 물론 트럼펫.첼로.호른 등 클래식 악기를 사용한 일이 많아 전혀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다.

제1악장 제2곡 '세포의 성장' 에서 주제의 전개와 화성은 베토벤 교향곡을 연상하게 한다.

이밖에도 벤자민 브리튼.찰스 아이브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제3곡 '인간의 주제' 에 등장하는 이 작품의 주제는 역사와 문명의 주체인 인간이다.

제2악장은 망망대해를 헤쳐가는 뱃사람들의 이야기로 한편의 영화음악 같은 분위기다.

제3악장 제13곡 '황홀경' 은 신비로운 원시제의 (祭儀) 를 묘사한 곡으로 '선돌' 이라는 제목에 잘 어울리는 이 앨범의 백미 (白眉) 다.

이 앨범은 오는 28일께 국내 시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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