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외계층 보듬는 ‘효사랑’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손자 2명과 함께 사는 최종수(78·광주시 남구 방림동) 할아버지는 꽉 막혔던 가슴이 다소 뚫린 기분이다. 공장을 다니며 생활비를 벌던 부인(64)이 병석에 누운 2월 초만 해도 생계가 막막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통장 잔고가 120만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생계안정 긴급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이 때 최 할아버지에게 광주시 남구 직원들로 구성된 조손(祖孫)가정 후원회가 나서 생계비로 매달 10만원씩을 보태기로 했다.

광주시 남구는 지난달 24일 구청에서 조손가정 결연 후원회를 열었다. ‘효녀 가수’ 현숙이 황일봉 구청장과 함께 조손가정의 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광주시 남구 제공]


광주시 남구가 전통적인 효 사상을 복지행정서비스와 접목한 효사랑 문화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남구는 최근 구청에서 조손가정·공무원 1 대 1 결연 후원회를 열었다. 조손가정의 65세 이상 노인과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고, 황일봉 구청장과 ‘효녀 가수’ 현숙이 노인들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남구는 효사랑 연결고리 맺기 운동의 하나로 올 들어 결연사업에 나섰다. 남구 조손가정은 모두 67가구(166명)이다. 결연 공무원 188명은 매달 1만~10만원씩을 내 돕고 있다. 10년간 매월 2만원씩 후원하겠다고 약속한 직원 박모(40·여)씨는 “남구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한 ‘효사랑’ 취지에 걸맞는 것 같아 흔쾌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연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봉사도 한다. 중학생 손녀 두 명을 둔 윤삼재(69·남구 봉선동) 할아버지는 “구청 직원들이 도배를 해 줘 집안 분위기가 새로워졌다”며 “수시로 전화를 해 아이들의 학습진도를 점검하는 등 얘들 부모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효사랑’ 기금 8억원 적립=남구는 2002년 10월 효사랑 실천운동에 나섰다. 부모가 이혼하고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이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미약한 것을 보고 시작했다.

우선 효사랑을 생활문화운동으로 내걸고, 우선 교회·병원·기업체와 자원봉사 모임 등을 홀로 사는 노인이나 조손가정, 소년·소녀 가장과 연결하는 효사랑 연결고리 맺기 운동을 폈다. 또 효사랑 부름이 센터를 열고 저소득 노인 등에게 식사·목욕·세탁·청소·간병 서비스를 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2857명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 간호사 등이 방문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매월 8일은 효사랑 데이로 정해 15개 기관·단체의 150여명이 노인이 많이 모이는 광주공원서 의료와 이·미용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또 기업과 효사랑 브랜드 사용 협약을 맺고 매출액 중 일부를 문화사업 기금으로 받았다. 지금까지 광주은행 등 21곳이 참여해 8억원이 적립됐다. 이 기금은 독거 노인 후원, 조손가정 돕기, 노인 일자리 창출, 청소년 예절교육 등에 쓰인다.

초등학생 인성교육 교재 ‘효사랑 생활’을 개발, 전국 초등학교 670곳에 보급하기도 했다. 2007년 말에는 효사랑 장학재단이 설립돼 매년 120여명에게 20만~200만원씩 총 6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천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