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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앙코르공연 '명성황후' 연출 윤호진…예술과 돈의 경계에서 고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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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예술작품을 놓고 불쑥 돈 얘기를 꺼내는 게 '불경' 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여서 물었다.

화려한 뉴욕공연뒤에 덩그러니 남은 8억원의 빚이 걱정됐고, 그런 와중에도 앙코르 공연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그러나 '명성황후' 의 제작자겸 연출자 윤호진 (49) 씨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시국이 어수선해서인지 기업의 협찬을 따내는 것이 난공불락이다.

3억원정도의 협찬금만 확보되면 이번 공연에서 4억원 (만원사례일 경우) , 내년 3월공연에서 4억원을 벌 수 있어 빚청산은 할 수 있을 것이다. "

말끝을 흐렸지만 내심 자신만만했다.

맨손으로 뉴욕무대를 두드린 뚝심이 다시 발동한 듯 지지부진한 협찬금 (현재까지 퍼시스의 1억원이 전부) 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작품으로 승부해 만석을 채우는 방법에 더 골몰해 있었다.

"구한말 국론분열의 아픈 역사를 담은만큼 공연엔 '쥐약' 이라는 대선정국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같다.

곧 학생들의 방학도 시작돼 역사 교육용으로도 적절하다고 본다."

28일부터 12월12일까지 초연 장소였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앙코르공연을 펼치는 '명성황후' (이문열 원작.윤호진 연출.김희갑 작곡) 는 일본 낭인들의 칼에 시해당한 '국모' 명성황후의 비운을 다룬 역사물. 오페라의 장엄미와 뮤지컬의 쇼적 재미를 적절히 결합, 국내무내에서 10만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8월 뉴욕 링컨센터 공연때 뉴욕타임스 리뷰는 명성황후를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과 비교해 흥미를 끈 바 있다.

"뉴욕공연과 큰 차이는 없지만 홍계훈 장군역에 이희성을 투입, 김민수와 더블로 뛰게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코러스진도 보강됐다.

전체적인 액센트를 위해 대형 무속그림과 지전 (紙錢) 을 늘어뜨려 극중 무당굿 장면을 보다 리얼하게 꾸민 것도 특색이다."

이번 앙코르 공연엔 뉴욕무대의 히로인 김원정.이태원이 주인공으로 그대로 출연한다.

총25회중 김원정이 13회로 한회 더 뛴다.

두 사람은 줄리어드음대 대학원 선후배 사이다.

"협찬금을 얻으러 다니면 '훌륭한 일 하셨는데' 라면서도 결국 돈은 내놓지 않는다.

이번도 맨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애원조로 들리는 중견연출가 윤씨의 이같은 몸부림은 예술과 돈의 경계에서 늘 곡예를 해야하는 한국 공연문화의 현주소를 웅변하는 슬픈 자화상이다.

'명성황후' 는 매일 오후3시.7시30분 (첫날 낮공연.월 공연 없음) 두차례 공연된다.

02 - 446 - 7770.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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