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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복원한다…이탈리아정부 로마북쪽에 신도시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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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고대 로마가 다시 현실로 태어난다.

불과 몇년 후로 다가온 세번째 천년을 앞두고 각국이 차별성 있는 문화행사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정부는 한 컨소시엄을 통해 고대 로마를 복원할 신도시 건설사업을 추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신도시 이름은 라틴어로 '옛 로마' 란 뜻의 '로마 베투스 (Roma Vetus)' .로마에서 북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오르비에토지역으로 도시면적 약 1백만평. 고대로마의 테베레강과 마찬가지로 시 한가운데를 지나는 볼세나호수가 신도시의 젖줄이다.

이 호수를 중심으로 대광장.신전.아치.목욕탕.경기장등 로마의 대표적 건축물이 들어설 계획. 이중 로마 최고.최대의 신전인 판테온과 경기장인 콜로세움.광장인 포럼 그리고 카라칼라 황제가 건설한 목욕탕은 크기만 본래의 4분의 3으로 축소하고 외관과 내부는 원형 그대로 복원될 예정으로 이탈리아정부는 이 도시가 완공되면 엄청난 관광수입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연간 1천만명을 웃도는 해외관광객의 적극 유치를 위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례로 '로마 베투스' 시에는 전기와 플래스틱이 없다.

환한 가로등이 사라지고 어두침침한 횃불로만 점등될 이 도시의 밤은 그윽한 신비로움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고대의 낭만적 삶을 생생히 재현해낼 신도시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말이 끄는 마차. 모든 자동차 출입은 금지된다.

또한 호텔과 식당에서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식만을 은잔과 은식기에 대접하며 플래스틱 식기의 사용도 금하고 있다.

의상은 도시 관리인들의 경우 고대 로마의 시민의상인 '토가' 를 착용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대여점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 관광객을 위한 오락시설도 만만치 않다.

영화에서나 볼수 있었던 10두마차 전차경기가 실제로 재현되며 고대 로마인들이 즐겼던 사자와의 레슬링시합을 정규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특수하게 길들여진 사자와의 경기임은 말할 것도 없다.

'로마 베투스' 에 어느 황제를 '모실 것' 인가는 열띤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놀랍게도 이탈리아인들은 폭군 네로를 선택했다.

칠현금의 명연주가로 시와 연극을 사랑했던 네로황제가 문화와 예술 발전에 끼친 영향이 지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이 도시에 들어설 연극무대는 네로와 가라오케를 따 '네로오케' 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기존의 로마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천년을 달리할 '로마 베투스' 는 고대문명과 관광을 접목한 새로운 시간여행으로 큰 호응을 불러올 것임이 분명하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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