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전…미공개작 포함 50여점 시대별로 정리,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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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원로작가 운보 김기창 (雲甫 金基昶.84) 화백은 요즘 부쩍 잠이 없다.

2년전 부산 롯데화랑 개관에 맞춰 기념전을 열면서 작품 실연을 해보이는등 정정한 모습이었던 그는 그 직후 뇌일혈 (중풍) 로 쓰러졌었다.

2년동안 병원을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면서 다시 일어났긴 했지만 아직 붓을 잡는 팔에는 힘이 없다.

체중이 30㎏나 빠진 탓이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는 습관도 생겼다.

김화백의 아들 완씨에 의하면 그는 깊은 밤에 대청마루 혼자 앉아 달을 쳐다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어느 때에는 늙은 아들을 깨워 옆에 앉히고 지난간 일을 하염없이 들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 김화백이 일반의 시선이 닿지 않던 곳에 걸려있던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서울 롯데화랑 소공점과 잠실점에서 11일부터 1930년대 작품부터 1995년작품까지 50여점을 소개한다.

작가 소장품 10여점 이외에는 대부분이 개인소장가집 벽에 걸렸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운보를 화단의 거인 (巨人) 이라고 하는 것은 그가 어느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해온데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930년대 작품 '동자' 는 정교한 세필을 구사한 채색화다.

그러나 그는 해방후 선으로 형태를 잡고 약간의 색채를 넣는 백묘 (白描) 담채화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70년대에 들어서는 전통적인 북종화를 자기식으로 해석해낸 청록산수를 등장시켰고 더 나아가 활달한 기분을 담은 일명 바보산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칠순을 넘겨서는 마대자루에 먹을 묻혀 점과 획의 즉흥성을 보여주는 '점과 선'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그의 화력을 되집어볼수 있는 작품들이 시대별로 소개된다.

아들 완씨는 이번 전시작품 지난 93년 발간된 운보전작도록의 보유 (補遺) 판에 수록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롯데화랑 소공점 (726 - 4428) 전시는 23일까지이며 잠실점 (411 - 6932) 전시는 12월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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