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대 개혁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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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하시모토 (橋本) 행정개혁' 바람이 일본의 국립대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세찬 바람을 맨 먼저 만난 국립대는 올해로 각각 개교 1백20주년, 1백주년을 맞이한 명문 도쿄 (東京) 대와 교토 (京都) 대. 개혁의 첫 대상을 이들로 삼은 것은 국립대의 선봉에 서있는 두 명문대가 바뀌면 대학 전체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리 산하의 행정개혁회의는 국립대 개혁방안으로 도쿄대와 교토대의 '독립행정법인화' 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두 대학이 독립행정법인이 되면 원칙적으로 기업회계방식이 적용돼 경영상태 점검이 보다 철저해진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은 높아지지만 대학 운영의 자립도를 한층 높여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안정적이었던 교직원들의 신분이나 급여.승진에도 큰 변화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행정개혁회의가 두 국립대의 독립행정법인화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발표하자 대학 당국에서는 즉각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도쿄대와 교토대의 독립행정법인화 불똥이 다른 국립대로 튈 것을 우려한 국립대학협회는 지난달 21일 황급히 상임이사회를 열어 "정형화된 업무에 대해 효율성을 단기적으로 평가하는 독립행정법인은 다양한 교육.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대학에는 맞지 않다.

개혁은 단순히 재정개혁의 관점만이 아니라 대학.대학원에 대한 장기적인 구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맞섰다.

그러나 국립대의 개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문부성이 관할하던 교수임명권을 대학총장들이 넘겨받았고 '교수임기제' 도입도 다투어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대학은 아울러 사회인을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과 산학 (産學) 협동의 길을 모색하고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문부성 통계에 따르면 국민들의 출산자제로 인한 18세 대학 진학 인구의 감소와 대학 설립 자유화조치에 따른 대학수 증가로 오는 2002년이 되면 대학진학률이 현재 35%에서 50.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바야흐로 '대학 대중화시대' 가 열리는 셈이다.

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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