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하락, 수출 다변화 덕 … 경상수지 흑자로 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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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2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6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47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점차 규모가 줄면서 올 1월엔 16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로써 올해 1~2월의 경상수지는 20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2월 경상수지가 36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30일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들이 가득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이다. [부산=송봉근 기자]


경상수지 흑자는 3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3월 무역수지 흑자가 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송금도 늘고 있다”며 “이달엔 서비스수지를 합한 전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진 데는 원화가치가 달러당 1500원대까지 떨어진 효과가 컸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 수입이 준다. 반면 달러로 표시된 수출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달 상품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30.6% 감소했지만, 상품 수출은 19.2% 줄어드는 데 그쳤다. 환율효과가 수출의 가파른 감소세에 제동을 걸어준 것이다.

환율 이외에 수출 품목과 지역의 다양화도 수출의 선방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식경제부 강명수 수출입 과장은 “우리 경제는 선박·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무선통신기기 등 대표적인 수출품이 다양하고 수출 지역도 아시아·중남미·중동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며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품목과 지역들이 수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해외 여행이나 유학 경비 지급이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 관광 수입이 증가한다. 지난해 1~2월 여행수지는 25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올 1~2월엔 3억9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4월 이후에도 흑자를 낼 수 있느냐는 원화가치와 국제유가, 세계경제의 상황에 달려 있다. 일단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경상수지 개선에는 도움이 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난 것은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원화가치가 금융위기 전보다 떨어져 있어 경상수지 흑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침체가 지속된다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면서 나타나는 ‘축소형 흑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것은 세계경제와 국내경제가 동반 침체돼 있다는 뜻”이라며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긴 하겠지만 그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주·김원배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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