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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를 알고 공부하자] 좌뇌·우뇌가 조화 이뤄야 성적 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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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뇌 편차가 큰 우뇌형 아이들은 초등학교 땐 별 노력없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나 중학생이 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중앙포토]

초등학생 부모들과 아이학습 문제로 상담하다 보면 ‘아이가 학습에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성적이 좋은 것’을 은연 중에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머리는 좋은데 집중을 안 하는 것이 문제다’ ‘집중력만 좋아지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 부모를 볼 때마다 두뇌학습클리닉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만났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생각난다.

그 학생은 초등학교 때 줄곧 1~2등을 했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도 반에서 2등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성적이 점점 떨어지더니 필자를 만날 때쯤에는 전교에서 150~200등, 반에서는 15~20등 정도를 유지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변해 있었다. 엄마는 잔소리가 많았지만 학습 이외의 문제에서 아이와의 특별한 갈등은 없었다. 엄마에 의하면 아이는 어릴 때 별 문제없이 공부를 잘했는데 중학교 올라와서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하더니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고 했다.

또 아이의 말수가 적어지고 목소리도 점점 작아져 이제는 알아듣기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최근엔 판타지소설을 새벽 2시까지 읽느라 매일 늦잠을 자 아침마다 깨우느라 전쟁을 치른다고 했다. 엄마는 아이가 왜 갑자기 그렇게 변했는지 답답하기만 한다고 했다. 두뇌학습에 방문한 목적도 아이에게 학습의지와 주의집중력만 키워주면 전처럼 학습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초등과정은 이해력과 기억력만 좋으면 적은 학습량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지능이 높은 우뇌형의 아이들 같은 경우 특별한 노력 없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또 아이가 부모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학원·과외 등도 성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학과정은 다르다. 학습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학습량도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 성숙에 비해 신체적 성숙이 앞서는 시기(사춘기)다. 중학과정은 학습 때 좌·우뇌의 협응이 초등과정보다 더 요구되고 많은 주의 집중력과 학습량을 요구한다. 정서적으로는 자유의지가 강해져 더 이상 아이가 원치 않는 것을 부모가 강요해 효과를 보기가 힘들어 진다.

모니터를 보며 뇌파훈련을 하는 초등학생.

초등과정에서 특별한 노력 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좌·우뇌 편차가 큰 우뇌형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자신의 성적에 좌절하기도 한다. 자신은 전과 똑같이 공부를 했지만 성적은 초등학교 때에 비해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는 사춘기로 부모님의 뜻에 따라 학원·과외 등을 통해 많은 학습량으로 성적을 유지했던 아이들도 성적이 떨어지기 쉽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와의 갈등도 심해진다.

따라서 중학과정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등과정에서 필요했던 이해력·기억력뿐만 아니라 주의집중력, 좌·우뇌협응능력 등이 필요하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도 필요하다. 문제는 우뇌형 아이들의 학습습관에 있다. 우뇌는 전체적·통합적·직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건성 건성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

이해력·기억력이 좋은 우뇌형 아이들은 이런 학습태도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집중유지능력·순차적 처리능력 등의 또 다른 학습능력을 충분이 기르지 못하고 중학교에 진학하게 돼 학습의지가 떨어지기 쉽다. 부모들은 떨어지는 아이의 성적을 보며 ‘머리는 좋지만 공부를 싫어하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이해력 기억력뿐만 아니라 집중력, 좌·우뇌 협응 능력 또한 머리에 해당된다. 성적이 너무 떨어졌던 아이는 두뇌조절능력검사에서 전형적이 좌·우뇌 편차가 큰 우뇌형 아이로 좌뇌의 동기형성과 실행기능이 떨어져 있었고 무엇보다도 좌뇌의 학습형태인 듣기학습과 관련된 청·지각정보처리 능력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엄마에게 아이가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분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니 엄마는 아이의 성적이 초등학교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아이의 의지부족으로만 생각하고 자주 화를 냈다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학습은 단순히 의지 문제가 아니다. 공부를 시키면 하기 싫어하는 것은 뇌의 해당 회로가 적절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괴로워서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의지문제라고만 여긴다.

그래서 강제로 더 시키게 되는데 아이와의 갈등만 커지게 되고 일시적으로 성적이 오를 지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우리아이가 학습에 흥미가 없고 싫어한다면 혹 좌·우뇌 편차가 큰 우뇌형 아이는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글= 현상태 소장 HB두뇌학습클리닉 (041)554-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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