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송 일본인처 15명 고향방문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북송 일본인처 귀향단 15명이 거의 40년만에 다시 일본땅을 밟음으로써 북.일관계의 중심축은 국교정상화 본회담 재개로 옮겨졌다.

지난 8월 베이징 (北京) 회담에서 양측은 일본인처 일시귀향과 함께 조속한 수교회담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92년 중단됐던 본회담은 한국의 대선이 끝나는 12월 하순이나 내년초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정부는 일본인처 귀향에 대해 표면상 '어디까지나 인도적인 문제로 수교교섭이나 대북 식량제공과는 무관하다' 는 입장이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40년만의 귀향의 본질이 '수교교섭 촉진제' 역할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 와다 하루키 (和田春樹) 도쿄 (東京) 대 교수가 8일 귀향한 일본인처에 대해 "인도문제를 표면에 내세운 완전한 정치적 도구" 라고 냉정하게 평가한 것도 이때문이다.

귀향단의 평균 나이는 62.5세. 대부분 꽃다운 20대에 북한행을 택했다가 할머니가 되어 귀국한 만큼 무조건 정치적인 시각만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안스러운 귀향길이다.

일본인 가족이나 매스컴.일반국민의 시선에도 반가움과 연민, 실망이 중첩돼 있다.

일본 도착 직후 회견에서 "북한이 아직도 지상낙원이라고 여기느냐" 는 질문에 " (지상낙원임에) 변함없다" 고 답변한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끼는 눈치다.

59년부터 84년까지 총 1백87차에 걸쳐 북송선에 몸을 실은 재일교포는 9만3천여명에 이른다.

민단.조총련 소속을 막론하고 재일교포들은 친척이나 친지.친구중 북송교포가 없는 이가 드물 정도. 북송이 시작될 즈음 도쿄에서 니가타 (新潟.북송선 출항지)에 이르는 열차선로를 가로막는 등 결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던 민단중앙본부의 신용상 (辛容祥) 단장은 "귀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면서도 "10만명 가까운 북송교포에게도 하루빨리 자유왕래를 허용해야지 15명은 말도 안된다" 며 북.일양측을 성토했다.

일본인처 귀향이 앞으로 몇차례에 걸쳐 몇명이나 더 성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교정상화 교섭과 연결된 문제인 만큼 수교회담이 지속되는 한 2, 3차례는 더 오지 않겠느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11일 방북하는 일본 연립여당 대표단도 본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의혹이나 전후보상 문제 등 난제도 적지 않다.

일본내에는 현재 4자회담이 주춤한 상황에서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북.일회담만 앞세우는 것은 외교적으로 손해라는 목소리도 높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