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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낙동강 고선천의 황산유출 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낙동강 상류 지천인 경북봉화군소천면 고선천의 황산유출사고는 영남권의 젖줄인 낙동강에 대한 환경의식을 새롭게 일깨워 준 사건이다.

지난 2일 오후 탱크로리 전복으로 황산 5t이 쏟아진 샛강은 사고 발생 5일이 지났는데도 회복될 기미가 없다.

기자가 황산유출로 인한 샛강의 생태계 파괴 실태를 생생하게 보도하자 (11월6일 23면)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끝난 상황을 뒤늦게 기사화 했다" 면서 항의했다.

또 방재작업을 맡았던 경북 봉화군 환경관계자도 "수소이온농도 ()가 측정치보다 높은 수치로 나왔다" 며 "황산유출로 죽은 고기는 얼마되지 않는다" 는 말만 되풀이 했다.

보도가 나간 뒤 봉화군은 대구지방환경청의 지시로 뒤늦게 석회석을 추가로 살포하고 물속에 녹아 있는 산성도를 재측정하는등 부산을 떨었다.

본사 취재팀은 6일 오후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

사고현장에서는 봉화군이 주민들을 동원, 얕은 물속에 죽어있는 물고기를 일일이 건져내고 있었으나 깊은 물 곳곳에 가라앉은 꺽지와 버들치등 수천마리는 꺼낼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사고 발생지점에서 낙동강 입구에 이르는 20리 샛강은 미생물까지 죽어버려 취재진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탁상행정을 펼쳤고, 자치단체의 환경담당자는 문책이 두려운듯 현장을 덮기에만 바빴다.

특히 대구지방환경청과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오염이 심각한 토양.수질검사조차 한번 제대로 하지않고 이번 사고를 일회성 사건으로 몰아갔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석포제련소는 매년 15만t의 황산을 전국으로 운반하고 있어 유출사고가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데도 환경당국은 유출사고에 '상황끝' 이라는 보고만 받을 것인지 묻고 싶다.

김선왕 영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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