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머니의 '선택'다룬 외화 두편 8일 개봉…참된 모정은 어떤 것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

죽음으로 자식의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라면 주저할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죽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닥칠 수있다.

이 세상 어머니들에게 가장 당혹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은 바로 이런 상황에 부닥쳐 선택을 강요받을 때가 아닐까. 어머니의 품같은 따사로움이 마냥 그리운 초겨울 극장에서 우리는 이 고통스런 선택에 직면한 어머니들을 만난다.

8일 나란히 개봉되는 북아일랜드출신 감독 테리 조지의 데뷔작 '어느 어머니의 이름으로' 와 개성파 여배우 앤젤리카 휴스턴의 감독데뷔작 '돈 크라이 마미' 에 등장하는 세 어머니의 각기 다른 선택은 많은 생각거리와 충격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어느 어머니의 이름으로' 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북아일랜드의 IRA (아일랜드 공화국군) 테러활동으로 체포된 아들들을 둔 두 어머니의 이야기. 반영국적인 입장에서 북아일랜드의 정치상황을 그린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의 각본을 썼던 조지 감독은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아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직면한 어머니들을 통해 또한번 영국을 성토하고 있다.

영화는 79년 영국수상에 오른 마가렛 대처가 IRA의 테러를 근절시키기 위해 고립화.범죄화.타락화를 골자로 하는 '북아일랜드 해결책' 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테러리스트들을 정치범이 아닌 살인범죄자로 규정해 체포하는데 맞서 IRA청년들은 전쟁포로임을 주장하면서 그에 준하는 '대우' 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펼쳐나간다.

영화는 81년 단식투쟁 끝에 사망한 보비 샌즈이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단식 투쟁에 동조한 아들을 둔 두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상정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캐슬린 퀴글리 (헬렌 미렌) 은 정치보다는 아들에 더 관심많은 중산층의 홀어머니. 어떤 폭력도 인정할 수없는 그는 큰아들 제라드가 IRA에 가담해 체포되자 충격을 받는다.

반면 애니 히긴스 (피오눌라 플라내건) 는 아들 만큼이나 IRA의 이념에 대한 믿음이 깊은 어머니.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어머니가 서로 미묘한 친밀감을 공유하게 되는 모습은 우리나라 민주화실천운동 가족연합 (민가협) 의 어머니들을 연상시킨다.

결국 캐슬린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단식투쟁 포기각서에 서명하고, 애니는 아들의 명예를 위해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다.

'돈 크라이 마미' 는 어린 딸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머니의 이야기. 딸 본을 데리고 재혼한 미혼모인 애니 (제니퍼 제이슨 리) 는 모녀사이를 질투한 남편이 딸을 성폭행해온 사실에 충격받는다.

하지만 그런 남편일망정 자신에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편집광적인 남편을 버릴 수는 없다.

딸이냐 남편이냐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그녀는 아이를 이모에게 맡기고 남편을 따라 떠나는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영화는 성인이 된 딸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면서 딸이 한사람의 여자로서 어머니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는 세월의 무게를 보여준다.

이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