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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은 미친 짓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42) 대표는 최근 국내 뮤지컬계의 가장 핫(hot)한 인물이다. 그가 미국 브로드웨이와 같이 손잡고 만든 ‘드림걸즈’는 올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다. 경기 불황임에도 티켓 판매 역시 나쁘지 않다. 하루 평균 800장을 넘기고 있다. 초연인 탓에 제작비(약 100억원)가 많이 들었지만 현재 추세라면 미미하나마 수익이 날 전망이다. 신 대표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드는 건 다른 일이다.

바로 지난달 말 막을 내린 ‘지킬 앤 하이드’다. 11월 초 시작된 뮤지컬은 공연계 최고 성수기라는 연말·연초 시즌 흥행 왕좌에 올랐다. 그동안 ‘지킬 앤 하이드’는 인기가 있어도 “조승우가 출연해서…”란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그런데 조승우가 군 입대로 빠졌음에도 유료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이는 그야말로 브랜드의 힘이다. 작품 제작비는 35억원가량, 반면 티켓 판매액은 무려 70억원에 달했다. 단순히 숫자로만 따지면 투자 대비 두 배의 돈을 벌어들였다. 어떤가, 이 정도면 40대 초반의 이 남자 돈방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안을 꼼꼼히 따지고 들어가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우선 부가세.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선 문화 상품에 세제 혜택을 주지만 우리에겐 언감생심이다. 일반적인 제품과 똑같이 매출의 10%를 내야 한다. 그래서 7억원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티켓 수수료가 더해진다. 보통 매출의 5∼7%다. 또 ‘지킬 앤 하이드’는 외국 원작이니 판권에 대한 로열티도 내야 한다. 10∼15% 수준. 이렇게 부가세·수수료·로열티는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다. 얼추 계산해도 매출에서 적으면 25%, 많으면 30%의 돈이 나간다.

그래도 ‘지킬 앤 하이드’는 워낙 잘됐다. 기본적인 세금·수수료 등이 빠져도 순수익은 19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 돈 역시 쪼개진다. 이때부턴 일종의 지분이다.
우선 CJ엔터테인먼트. CJ는 신 대표가 만든 대부분 작품에 파트너 회사로 참여했다. 비율은 대략 CJ 40%, 신 대표 60% 수준. 수익이 나도 이 비율로 나눈다. 돈을 받을 땐 고맙지만 막상 수익이 생겨 나눌 땐 아까운 게 인지상정인 법. 19억원의 40%를 떼 주면 얼추 11억원 남짓 한다.

이 돈이라도 다 가지면 오죽 좋으랴. 그런데 ‘드림걸즈’ 제작비 100억원은 너무 컸다. 신 대표는 혼자 힘으로 100억원을 마련하기 힘들어 투자회사 세 군데를 끌어들였다. 투자 조건으로, 검증된 콘텐트인 ’지킬 앤 하이드’도 같이 엮었다. 그래서 남은 11억원의 돈 역시 세 군데 회사에 나눠줘야 한다. 그래서 결국 신 대표에게 떨어지는 돈은 5억원 안팎이다.

물론 5억원, 적은 돈은 아니다. 4개월가량 뮤지컬 공연해 5억원 남는다면 엄청 남는 장사다. 그러나 신 대표가 ‘지킬 앤 하이드’ 이전 1년간 만든 작품을 보자. ‘스펠링비’ ‘나쁜 녀석들’ ‘나인’ ‘마이 페어 레이디’ 등은 거의 몽땅 망했다. 크게 깨질 땐 10억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그러니 대여섯 작품 만들어 하나 대박 터져 봤자 말짱 도루묵이다. 현실이 이렇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뮤지컬 만들 엄두가 날까. 오늘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뮤지컬 제작자들은 어떤 신기루를 쫓아가는 걸까.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 타고난 까칠한 성격만큼 기자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더 뮤지컬 어워즈’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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