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 가락에 마음과 몸 저절로 흥겨워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덩더꿍 덩더꿍 덩더꿍….”

도쿄의 번화가 아자부주방(麻布十番)에 자리 잡은 재일한국민단중앙본부(민단)에서 21일 열렸던 한국인·일본인·재일교포의 만남의 자리. 단독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다나카 우미(田中海·30)는 자신이 치는 장구 장단에 맞춰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일본인이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를 메고 단독으로 공연하는 무대였지만 관객들은 그저 한국 여성의 장구춤이라고 생각하는 표정들이었다. 얼굴에는 한국식 전통 화장을 한 데다 일본에서 치마저고리로 불리고 있는 소박한 색깔의 한복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다나카가 장구를 처음 접한 것은 5년 전이었다. 명문 사학인 게이오대에서 종합정책학을 전공한 뒤 도쿄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2004년 한국 여행 길에 올랐을 때였다. “한국 전통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정동극장을 방문하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정동극장으로 직행했어요.”

다나카는 “장구를 어깨에 메고 울려나오는 소리는 처음엔 단순했지만 점점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라 관객을 빨아들였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장구의 리듬을 듣고 있노라면 점점 마음이 흥분되면서 저절로 몸도 움직이면서 흥겨워진다”로 예찬론을 펼쳤다.

이때부터 장구에 빠진 다나카는 귀국한 즉시 장구를 가르치는 곳을 수소문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재일교포들이 취미 활동으로 매주 한 차례 운영하는 ‘우리바람’이었다. 재일교포 2세 선생님이 가르치고, 재일교포 3~4세와 일부 일본인이 배우는 곳이었다. 다나카는 “장구를 치면 흥이 저절로 솟아오르고 한국인의 마음도 알게 됐다”며 “일본의 친구들에게 멋있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나카는 장구에 더욱 빠져들면서 본고장에서 본격적으로 장구를 배우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국립국악원에서 3개월 단기 과정에 입학한 그는 내친김에 한국의 전통 춤까지 익혔다.

그러면서 경기도 하남시의 초등학교 과정의 대안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칠 기회도 있었다. 장구에 반해 시작한 한국과의 인연을 더욱 깊게 만든 계기가 됐다.

다나카는 “정동극장이 없었다면 장구를 만날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며 “누구나 가볍게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정동극장이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더욱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부터 도쿄에 있는 장애인 학교 교사로 일하게 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